‘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 서춘배 신부 발표
‘주교 직무 쇄신, 찾아가는 사목, 사람들의 아픔에 응답하는 사목’ 제안

23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의 두 번째 주제 발표는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주교좌 의정부성당 주임)가 맡았다.

‘<복음의 기쁨> 살기―한국 교회 사목 현실과 쇄신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춘배 신부는 “전 인구 중 10%가 천주교인인 한국 사회에 얼마나 복음화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가와 복음화가 과연 신자 비율과 병행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선교’의 개념을 통해 한국 교회 사목 쇄신의 열쇠를 제시했다.

“모든 차원의 사목 활동을 포괄적이고 개방적으로 철저히 복음화에 초점이 맞춰진 교회, 교회 모든 구성원, 특히 평신도가 복음의 일꾼으로 선교사라는 신원 의식을 갖도록 하는 교회, 본당 내적 사목 성사나 전례, 단체 활동이나 행사 외에도 많은 사목적 형태가 있음을 알고 과감히 밖으로 나가는 교회, 사람들이 사는 그곳에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보여주고자 하는 교회,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교회, 변두리로 내몰린 한 사람을 찾아 나서는 교회, 말씀이 모든 교회 활동의 중심이 되는 교회…….”

▲ 23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에서 서춘배 신부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논평을 맡은 이현숙 수녀. ⓒ정현진 기자

“한국 천주교, 교회 내적 사목에 지나치게 집중…
본당에서 힘 받은 신자들이 ‘선교사’로 파견된다는 의식 가져야”

서 신부는 복음화를 위해 ‘선교’와 ‘선교사’ 개념을 바로잡을 것을 주문하면서, 선교란 신자 숫자를 늘리는 ‘전교’의 개념이 아니라 “온 인류가 한 가족이라는 광활한 주님의 비전에 함께하는 것이 바로 선교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음화와 선교를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개방성과 찾아가는 사목, 백성들의 아픔과 관심사에 응답하는 사목, 말씀 선포로서 예언직 수행,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주교 직무의 쇄신” 등을 제안했다.

우선 서 신부는 현재 한국 교회가 교회 내적 사목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면서, 본당 신자들은 그 지역 전체를 책임진 선교사로서 본당에서 힘을 받아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으로서 지속적인 선교 체계를 위해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평신도 스스로 활동하고 양성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열린 성사와 성찬례, 가정 방문이나 빈소 방문, 병자 영성체 등 찾아가는 사목을 강조했다.

또 서춘배 신부는 ‘백성들의 아픔과 관심사에 응답하는 사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의 처지를 경청하는 태도, 백성들의 현실에 깊이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회가 말씀을 넘어 삶으로 보여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교회 안에 복음적 가치보다 경제 논리가 얼마나 우선인가. 교회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다면 노동 문제에 대해 교회는 할 말이 없다. 참된 행복으로서 복음적 가난을 교회가 먼저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탐욕스런 이 시대에 가난의 정신만이 치유책이 될 것이다. 탐욕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우리의 마음을 갈라놓았다. 가난의 정신이 희망이고 가난이 구원의 징표임을 드러내야 한다. 실질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보면 우리가 가난을 기쁨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은 신앙의 차원이다. 다름 아닌 예수가 사신 가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에 대해 언급하면서, 현재 한국 교회가 과연 가난한가 물으며, 어떻게 가난한 교회로 살 것인지 의견을 밝혔다.

먼저 거대 자본과의 경쟁, 수익 사업, 대단위 복지시설 등 교회가 관여하는 경제적 요건들이 과연 복음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식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사목자에게도 가난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그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서, “이주민, 장애인, 해고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로 내몰린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지속적으로 만난다면, 그들을 통해서 복음화되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적 복음화 위해 주교 권한과 책임 나눌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서 신부는 주교 직무의 쇄신에 대해 “막중하고 무거운 주교직을 효과적인 복음화와 선교 사명을 위해 그 권한과 책임을 나눌 수 없는가” 물으면서 소견을 밝혔다.

서 신부는 우선 주교와 사제의 관계와 복장에서도 거리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만만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를 주문하면서, 어느 사제관이나 교우의 집을 방문해 식사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다른 성사적인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기 위해 교회법에 제시된 참여 기구들을 활용하고, 사목 대화를 발전시키며 사목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공동사목, 협력사목, 순환보직제 등을 보완하고 시도할 것을 제안했다.

서춘배 신부의 발표에 대한 논평을 맡은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앞서 서 신부가 제안한 내용이 사목자 개인의 능력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과 평신도의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이 경험한 서구의 평신도 사도직 운동을 소개했다.

이 수녀는 1970년대 이후 서구 교회에 생긴 평신도 단체들의 관심사와 활동이 다양하고 복음적이라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미래를 위해 앞서가는 사목의 일환으로 본당형, 기존 평신도 사도직, 외부 지향적 새로운 사도직 단체들이 지역 공동체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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