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정상화 때까지 월례 미사 계속

▲ 23일 저녁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권리를 빼앗긴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권리를 빼앗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미사에는 ‘생활임금 보장과 노조 탄압 중단, 위장 폐업 철회와 고(故)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의 주검 탈취에 대한 사죄’ 등을 요구하며 36일째 노숙 농성 중인 노동자 800여 명과 사제, 수도자, 시민 등 900여 명이 참여했다.

“어떤 서비스 업종은 수백, 수천, 수억의 가치가 매겨지지만, 어떤 서비스 업종은 1분에 225원 정도로 가격을 매겼습니다. 그 가격으로 노동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습니다.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죽음에 내몰 때까지 이 자본의 탐욕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는 내 이웃의 일이었으나, 오늘은 내 일이 될 것이며, 오늘 내 일이 아니면 다음 내 후대의 운명이 그리 내몰릴 것입니다.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그 탐욕의 독에 나도 모르게 중독돼 함께 동행했던 우리들의 지난 삶을 이 미사를 봉헌하기 전에 잠시 반성합시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

“힘내십시오. 저희는 여러분을 지지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뜻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모두 동지입니다”

▲ 23일 저녁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권리를 빼앗긴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임용환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미사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여러분의 싸움은 개개인의 싸움, 삼성전자서비스노조만의 싸움이 아니며, 대한민국 모든 비정규직, 소박한 가장, 모든 아이들을 위한 싸움, 모든 재벌들과의 싸움”이라며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이 자리에서 교회가 노동의 가치와 권리에 대해 가르친 대로 말한다면서, 삼성을 향해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하고, 노조원들은 노동의 존엄을 인정받고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는 진정한 준비는 교황의 말을 새기고 실천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의롭게 바꾸는 것이라면서, “노조원들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 직무대행 곽형수 씨는 힘들고 부족해도 이 싸움을 해나갈 것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극소수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절대다수와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시장과 금융투기의 완벽한 자율성을 강조한 이데올로기의 결과다. 이에 따라 독재체제가 만들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방적이고 무자비하게 자기식 법과 규칙을 부과하는 독재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56항)

곽형수 씨는 교황의 말을 듣고 ‘삼성공화국’을 떠올렸다면서, “억울하게 죽은 동료의 시신도 유골도 지키지 못했지만, 그 뜻이라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서 싸우고 있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저녁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권리를 빼앗긴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곽 씨는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도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지키기 위해 몇 천 명의 고통을 버려두는 곳이 삼성이라면서, “삼성에서 노조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서 일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 있으면 죽을 것 같았고, 이대로 살 수 없었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포기하면 또 다른 누군가, 우리 자녀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기에 싸운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니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미사를 주관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는 앞으로 이 사태가 정상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기도하기로 정하고 한 달에 한 번 미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는 7월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봉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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