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와 유입인구 증가 영향…막대한 건축비에 허리 ‘휘청’


2008년 1월 14일자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인사이동을 보면 7개 신설본당이 포함돼있다. 논현동, 원종동, 모래내, 송내1동, 학익동, 계산1동, 중1동 등이다. 이어진 올 1월 12일자 인사에서는 연희동과 소래 등 2곳의 신설본당이 발표됐다. 최근 다소 큰 폭의 본당 신설은 급격한 도시개발에 따른 유입인구의 증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신설본당이 수도권의 대표적인 개발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교구 홈페이지에 소개된 현황자료를 보면 인천시와 부천시, 김포시 전 지역과 시흥시와 안산시 일부를 관할하는 인천교구는 총인구(4,101,002명) 대비 신자가 418,227명으로 10.2%에 해당한다. 104개의 본당과 29개의 공소를 통해 대부분의 사목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비교적 넓은 관할구역, 특히 인구유입을 촉진하는 대규모 도시개발이 왕성한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본당 신설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의 가슴 답답한 측면이 엿보인다. 평균한다는 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요즘 도심본당 1곳을 세우려면 부지구입과 건축비용으로 70~80억원은 든다고 한다. 통상 터는 교구청에서 마련해주고 건축을 신설본당이 도맡는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한꺼번에 7개 본당 신설이 계획됐던 지난해의 경우 교구청은 각 10억8천만원씩 ‘종잣돈’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주임사제와 신자들의 능력에 맡겼다.

신설본당 막대한 재정부담, 결국 주임사제와 신자들 몫으로

당시 치솟는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하면 그 정도 돈이 흡족할리 만무했다. 교구 차원에서 기존 본당들을 통해 신설본당 구입자금을 교세에 따라 차등 적립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쓸 만큼 적립되기는 고사하고 그때그때 지출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게 교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신설비용은 주임사제와 신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교구청으로서는 교세 확장과 사목적 필요성을 우선 염두에 두겠지만 상대적으로 신자들은 본당 살림살이와 개인 재정부담을 앞서 걱정하게 된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저희 성당 같은 경우 2년 전쯤 다른 성당에서 (갈라져) 나왔다. 지금은 임시 장소를 성당으로 쓰지만 내년부터 새 성전 건립을 한다는데 가장 큰 자금 문제 때문에 7년이 더 걸린다더라.”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한탄했다.

신설본당 주임사제로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한 신부는 “넓은 터에 번듯한 건물을 세우고 많은 신자수를 자랑하는 성당에 대해 미련을 두거나 자부심을 갖는 성향이 교구 사제나 신자들 사이에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제는 ‘내 땅, 내 건물, 그리고 남에게 내보이기 손색없는 규모’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전통방식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설본당에 배치된 주임사제의 심적 부담도 크지만 당연히 신자들 역시 불만 내지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적은 수의 신자와 상가든, 독립건물이든 임대 혹은 매입을 통해 형편에 맞는 규모로 사목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논현동성당은 2008년 상가건물을 매입해서 쓰고 있는데, 소래본당 신설로 신자가 다시 둘로 나뉘게 될 예정이다.


성당 분할과 신설은  좀더 신중해야 

본당의 신설과 관련한 문제 지적에는 일부 결정과정에 대한 부분도 있다. 신설본당은 보통 해당 본당의 관할구역과 신자수를 따져 결정된다는 게 대체적인 짐작이다. 도시개발로 인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지역도 본당 신설이 쉽게 예상되는 경우다.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본당 신설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교구장에게 있으며 명문화된 별도의 기준이나 처리부서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보니 직접 영향을 받는 관할지역 신자들 가운데는 재정적 부담은 물론 갑작스럽게 정들었던 사람들과 딴 살림을 해야 하는데 대한 불만을 하소연한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성당에서 287세대로 지난해 갈라져 나온 논현동성당의 경우 지금은 새로운 전입세대를 포함, 697세대 1900여명의 신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소래성당의 신설로 389세대를 분가시켜야 하는 상태다. 논현동성당은 금액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부채를 포함해 상가건물 9-10층을 매입해 쓰고 있다. 독립건물 성당을 신축할 계획은 없다.

논현동성당 관계자는 “자리가 잡힐만하니까 소래본당 신설이 결정되면서 관할구역이 쪼개지게 돼 이래저래 심란하다.”고 말했다.

1987년 2월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한 김포 검암동성당(전 서곶성당)은 2004년 새성전 헌당식 이후 2009년 연희동성당 모체가 된다. 이 성당은 새성전을 짓는데 들어간 빚을 지난해 말경 겨우 털 수 있었다고 한다. 12월말 결정된 연희동성당 신설은 양 성당 모두에게 기쁜 소식만 됐던 것은 아니다.

본당 신설에 참여했던 또 다른 한 신부는 “신자수가 늘고 그에 따라 성당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교구나 신자들에게 큰 부담인 것도 사실”이라며 “신앙생활의 중심점이 되는 성당(본당)에 대한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이 이제부터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도시화와 성당건축의 조건 변화를 고려한다면 신자들의 생활권으로 어떻게 가까이 파고들어가 사목할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예배 공간을 마련할지에 대한 실용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영일/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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