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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천국처럼” 살기를 꿈꾸는 ..김미애 오틸리아

내가 예수살이공동체 밀알의 집을 찾은 것은 불볕더위가 며칠째 계속되던 한낮이었다. 현관문이 닫혀 있기에 에어컨을 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방에서는 선풍기만 열심히 더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예수살이공동체 사무국은 며칠 전에 끝난 여름 캠프 ‘지상에서 천국처럼’ 뒤마무리로 바빠 보였다. 사무국 4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상근자이고 현재 밀알의 집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김미애 오틸리아(32세)가 내가 만날 사람이었다.

얼마 전 캐나다의 마돈나하우스에 다녀온 걸 알고 있었기에 그곳 생활이 어땠었는지부터 물었다.

“저에겐 참 좋은 기회였어요. 제가 사무국 근무를 시작한 게 2003년 4월부터이니 4년 남짓 만에 갖는 재충전의 시간이었어요. 5월 셋째 주부터 약 한 달을 다녀왔어요. (중간부분 지웠어요)생활은 단순했어요. 아침 6시 45분에 일어나 기도하고, 세끼 밥 먹고, 오전과 오후엔 맡겨진 일을 하고, 저녁엔 미사하고, 중간 중간 성체 조배도 하고. 색다른 건 저녁 식사 뒤 취침 전 마무리 노래를 부르고 자러 가기 전까지 모두 한 곳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었어요. 놀이를 함께 할 때도 있고, 각자 책을 읽기도 하고. 1년 365일의 생활이 전례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요. 한마디로 하느님 안에서 기도와 노동을 하면서 소박하고 단순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힘을 추구하는 거죠. 세계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하느님을 다시 만나고 기운을 얻고 또 다시 공동체를 찾는 모습을 보며 이래서 공동체가 필요하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마돈나하우스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가운데 있는 사람이 김미애 오틸리아 씨이다.

김미애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가운데 하나는 푸스티니아(러시아어로 사막이라는 뜻)이다. 작은 개인 오두막에서 24시간 물만 마시며 홀로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이때 김미애 씨는 서울에서 마음에 담고 간 어려움들을 대면하면서 하느님께 절실히 매달렸다.

예수살이공동체는 ‘소비사회에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따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1998년부터 시작된 공동체운동이다. 처음에는 대안적 청년 신앙공동체운동을 지향하면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제자교육을 받은 중장년 제자단과 공동체 마을인 ‘산위의 마을’로 그 운동 영역이 넓혀졌다. 지금까지 총 서른두 차례나 이루어진 3박 4일의 배동교육을 받은 청년만 1천 2백 명이 넘는다. 김미애 씨가 배동교육을 받은 건 2002년 1월이었다. 하지만 먼저 김미애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배동교육이 아니라 밀알의 집 공동체 생활이었다.

“밀알의 집 공동체 생활을 하던 친구로부터 예수살이공동체에 대해 들었어요. 처음에 이름만 듣고는 광신도 집단 아닌가 싶었어요. 처음 밀알의 집에 갔을 때 벽에 붙어 있는 ”지상에서 천국처럼“이란 글을 보고 아주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제 나이 스물일곱 살이었죠. 더 나이를 먹으면 공동체 생활을 영영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한번 해보기로 했죠. 공동체 생활이 제 자신의 성장과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하지만 배동교육을 받고 바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지 못하고 반년 뒤인 2002년 7월부터 밀알의 집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결혼할 나이에 서울 가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니까 신자가 아닌 강릉의 부모님은 잘 이해하시지 못했어요. 하지만 딱 1년만 생활한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하셨죠.

예수살이공동체에 들어와 달라진 게 있다면, 예수살이공동체 정신(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대로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물건 사는 게 줄고 되도록 주변 상황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고 한다는 점이죠. 각종 집회 참석도 대학생 때보다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제 삶 전체에 예수님이 들어오셨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과 일들 안에서 하느님을 찾게 되었다는 거죠.”

   
한 행사에서 예수살이공동체가 실천하고 있는 OFF운동을 홍보하고 있는 김미애 오틸리아 씨.
 
밀알의 집 공동체는 함께 사는 사람들을 가족과 손님으로 나눈다. 가족은 1년 이상 공동체 생활을 약속한 사람으로 공동 기도, 가족회의에 참석할 의무가 있다. 손님은 세 달 미만의 생활자로서 공동 기도와 집안일 공동 분담의 의무가 있다. 밀알의 집 하루는 6시 반에 일어나 드리는 공동 기도와 좌선 명상으로 시작해서 밤 10시 저녁기도로 마무리된다. 그 동안 학생, 직장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일을 잠시 쉬는 청년 등 다양한 젊은이들이 밀알의 집 가족 또는 손님으로 거쳐 갔다. 김미애 씨는 자신에게 공동체 생활이 큰 도움이 된 것처럼 다른 이들의 영적 성장이나 신앙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약점, 그리고 장점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깨지는 아픔도 있었지요. 다른 사람들과도 겉치레 관계가 아닌 깊은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운 것도 큰 소득이죠. 사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고 배려한다는 게 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지금은 밀알의 집에 김미애 씨 외에 청년 대표인 홍효정, 멕시코 여성인 사라가 함께 살고 있다. 전에 비하면 가족이나 손님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식구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공동체 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동체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 간의 갈등을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밀알의 집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갈등을 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기본은 주 1회 하는 가족회의예요. 거기서 모든 걸 이야기하고 조정하지요. 그리고 매주 목요일마다 ‘고요한 밤’을 지내기도 했어요. 밤 9시 뒤로는 모든 가전제품을 끄는 대신 촛불을 켜고 침묵 가운데 보내는 시간이지요. 하루 종일 가족들 함께 지내는 ‘가족의 날’을 한 달에 한 번 갖기도 하구요. 일주일에 한 번 밀알공동체 식구들만을 위한 수요 아침 미사도 반복되는 공동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손님들과는 따로 주 1회 차 마시는 시간을 갖고 생활 나눔도 하고 건의 사항도 듣고 해요. 갈등 해소를 위한 예수살이공동체만의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갈등이 생기면 여러 방식을 써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편지도 쓰고 대화도 하고, 103배도 드리고요.”

청년들이 함께 모여 되도록 생태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사람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특별한 기회임이 분명하다. 김미애 씨는 더 많은 청년들이 한 달 손님이든 1년 가족이든 밀알의 집에서 공동체 생활 체험을 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예수살이공동체는 내년 3월 1일로 10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공동체 안팎에서 있었다. 청년들의 활동은 조금 뜸해지고 새롭게 중장년 제자단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연 10주년을 맞는 예수살이공동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마돈나하우스에서 지내면서 60주년이 되면 우리 예수살이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곤 했어요. 안타까운 건 현재 청년두레 모임이 많이 침체되었다는 점이에요. 직장 생활에 바쁘고 결혼해서 아이들도 키우다보니 전처럼 열정만 가지고 활동할 수 없는 형편이죠. 배동교육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건데 청년들도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들이 모자라다고 생각해요. 짝다리를 짚고 있는 상황이죠.

10주년이니만큼 역사도 정리해야겠지요. 예수살이공동체가 전 방위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잡히는 게 없다는 느낌이에요. 그러니 예수살이공동체가 우리 모두의 삶 전반에 관계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나가야 할 거라 생각해요.”

/박영대 200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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