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토론회 “홀로코스트 종교를 넘어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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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학살을 의미하는 홀로코스트(Holocaust)라는 말은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학살,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된 수백만의 유태인들의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유태인들의 국가 이스라엘은 지금 피해자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가해자가 되었다. 작년 12월 2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고, 세계 각국은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지만 이스라엘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이 지역에는 계속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무엇이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총질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개혁을 위한 종교인 네트워크는 지난 5일 오후 3시에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어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사태를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적대는 어떻게 생산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토론회에는 평일 낮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련된 50여석의 자리가 부족하여 태반의 사람들이 서서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볼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위험성

임지현 교수
임지현 교수(한양대, 서양사)는 발제에 앞서, 나치의 유태인 학살처럼 희생자의 숫자가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희생된 약자의 죽음이 모두 홀로코스트이며, 이스라엘의 가자침공과 용산참사 역시 홀로코스트라고 재인식시켰다.

임 교수는 발제에서 유태인 홀로코스트의 기억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희생자의 고통을 건국의 도구로 삼아 민족주의를 강화한 역사적 과정을 짚어주며, 우리나라의 친이스라엘 성향도 역시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긍정적으로 인식시킨 결과임을 소개하였다.

임 교수는 이를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라고 정의하며, 이스라엘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강화하면서 나치의 학살이 유태인에게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집시, 공산주의자, 슬라이브인들, 성소수자들도 함께 희생되었으나 오로지 유태인들만 희생자인 것처럼 나치 희생을 전유하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자신의 모든 행위를 피해자의 항변이나 반격으로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희생자의식이 집단화되어 민족주의로 강화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 지배담론과 권력주의를 정당화시킬 위험이 있음을 임 교수는 지적했다. 이번에 피해자가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이를 통해 집단적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키워가면 결국 언젠가는 이스라엘처럼 가해자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찰없이 제도화한 구약성서, 팔레스타인을 타자화시키다

김진호 목사
한편,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이스라엘의 역사서인 제1성서(구약성서)를 교본으로 삼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맹목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는 신학적 현실을 성찰하였다. 제1성서에서 수없이 타민족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인종주의의 장치들은 순혈주의 담론을 강화하였고, 역사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많은 다윗-솔로몬 국가 신화는 성찰없이 제도화되면서 팔레스티나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하느님의 축복과 성공의 보증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제1성서의 가르침은 대량학살을 정당화시키게 만들었다. 김 목사는 아우슈비츠 학살을 거치면서 유태인 학살에 그리스도교의 반유대주의가 책임있다는 반성으로 이어져, 신학논리마저 유태인들과 이스라엘 국가가 수행하는 배타적 행태에 문제제기하는 것을 금기시하게 되었음을 지적했다.

노먼 핑켈슈타인은 서구인들과 유태인들의 논리가 제도화되는 양상을 ‘홀로코스트 산업’이라고 비난했는데, 김 목사는 현대 서구신학 역시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홀로코스트 신학’이라고 이름지었다.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정당방위’라고 서슴치 않고 발언하는 것에 대해, 김 목사는 무의식적으로 서구 중심주의적 성공에 예속된 식민화된 자의식이 깔려 있다며 비판하였다.

희생자의식, 타자화시키는 시선을 넘어서

장석만 교수
이어진 토론에서 충간문화연구소 장석만 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넘어서 우리 내부의 수많은 타자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고 논의의 범주를 넓혔다. 장 소장은 바우만의 입을 빌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게임의 법칙과 같은 논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되풀이 된다면서, 그 게임의 법칙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천주교측 토론자인 박준영 연구위원(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국)은, 제2차 대전 중 유태인 학살에 침묵한 교황청은 가톨릭 신자들이 위험에 빠질 것을 걱정하였다고 변명하였지만, 순교 속에 커 온 신앙 공동체임을 믿지 못하고 탄압이 두려워 할 이야기를 못한 것은 바로 제도화되고 기득권화된 종교권력의 약점 때문임을 꼬집었다.

박준영 국장
더불어 홀로코스트 신학이 홀로코스트의 특수성에만 집착하여 인류 보편의 종교적·인간적 이해의 확장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홀로코스트 너머의 신학은 배타적 근본주의를 넘어서 타종교에 대한 이해로 넓혀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희생자가 집단적 희생자의식을 키우는 것은 결국 가해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공격하는 또다른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홀로코스트 너머의 신학은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논리를 해체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불교측 토론자로 나온 종명 스님(화계사 사회국장)은 종교편향을 겪은

종명 스님
불교입장에서 홀로코스트 산업과 홀로코스트 신학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공감했음을 밝혔다. 종명 스님은 불교에서 보자면 홀로코스트는 ‘無我’에 반하는 ‘我’, 즉 나 이외의 모든 것을 타자화시키는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마무리를 하며, 사회를 보던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용산참사를 통해 보이는 우리사회의 모습 역시 철거민을 철저히 타자화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다가 잠시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가해자의 논리, 성공과 탐욕만을 앞세우는 그 논리를 해체하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찾는 것에 있음을 다함께 공감하며 토론회는 마무리되었다. 

이미영/ 지금여기 기자,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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