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상봉
 

… 얼마전 강구 어머님과 누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나봅니다.  전 어떤 위로의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저도 교통사고 날 때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을 뿐입니다.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마음이 아픕니다.  가만히 보면 이곳에 있는 형제들에게 아픈 소식이 많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힘든데….  하지만 그것이 저희들의 보속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요?  앞으론 좋은 소식들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순천교도소 불곰-


…제가 관규 위반으로 인해 징벌을 받고 미결수 사동으로 전방을 왔습니다.  이제 6개월 정도가 남았습니다.  징벌방에 있으면서 성경책을 문득 보았습니다.  정말 성경책에 그토록 좋은 내용과 좋은 말들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을 저는 이제야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보고 읽고 있습니다.  -서울구치소 로벨도-


…그제부터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나서 묵주신공 <고통의 신비>을 바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 자신에게 잘 해 준 사람들보다는 저에게 미음과 증오를 느끼게 한 사람들이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사님,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요?  까닭을 알 수 없는 설움들이 파도처럼 엄습하곤 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설움에 혼자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청송교도소에서 베드로-


…이곳의 모든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사람입니다.  양친 중에 한 분이 안 계신 분들, 이혼해서, 또 집을 나와서….  저는 양친이 다 계시고 비록 가난하지만 형, 동생 모두 대학 졸업하고 잘 사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나가서는 가족들에게 잘 해야지요.  -청송교도소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나던 악몽 같은 사건의 날과 재판 때도 정신이 나가 무조건 인정한 것 등.  그런데 이미 지나갔고 변명처럼 생각 들고, 아무도 진심을 모릅니다.  한 편으로는 내가 지은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가?  회의도 듭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아실 것이므로 인간의 심판보다 더 두렵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하느님께서 아실 것이므로 위안을 가집니다.  드러난 죄 결과에 대해서는 깊이 뉘우치고 눈을 감으면 너무 미워집니다.  회개와 참회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  어리석었던 자신을 지혜로운 인간으로 새롭게 살도록 간구하고 노력합니다.  -수원교도소에서 라우렌시오-


…여기 대구 교도소에 온 지도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 출역을 못하고 미징역에 있습니다.  저는 하루 빨리 일하고 싶은데 출역이 안 되는군요.  그래서 아침마다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밖에 나가고 싶군요.  어서 빨리 나가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대구교도소에서 베드로-

 

…저같은 1급수는 1년에 한 번 사회 참관을 나가는데 나갈 때마다 목젖이 아파서 들어옵니다.  버스 안에서 바라본 사회의 자유스러움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의 욕구가 얼마나 솟구치는지 그때마다 상당한 고통을 느끼곤 합니다. -대구교도소 유스띠노-


…저번에 저도 꿈속에서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꿈속에서도 제가 징역을 살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제 자신이 어디에선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제대로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죠.  그때의 그 안타까움이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며칠 안정을 못하고 넋이 빠져 헤매었습니다.  -청송교도소 토마-


…어이없게도 과거에 재판을 받았던 사건이 그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이곳에서 다시 기소되어 법정에 서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확인이 될 테고 원만하게 마무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바람에 양재에 출역해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깨져서 미지정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목포 교도소 조○○-


…요즈음은 겨울이라 7시 기상입니다.  취침시간이 저녁 8시이니 온전히 잠만 잔다면 11시간이나 잠을 자게 됩니다.  누구는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하는데, 몇 번 시도를 해 보았는데 저는 영 안 되겠습니다.  이렇게 편지 쓰고, 성서쓰기 하고 책을 읽다보면 10시 반쯤이면 눈꺼풀이 무거워서 그냥 쓰러지고 맙니다.  대신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5시가 좀 넘을 정도 되면 눈이 떠져 혼자만의 아침을 준비하곤 합니다.  -광주 교도소 빈첸시오-


…늘 푸르른 나무처럼 건강하십시오.  그래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실 게 아니겠습니까.  헐벗고 고통속에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희망을 주신 형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게는 답장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게 답장하실 시간이면 나보다 더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분들을 위하여 시간을 사용하십시오.  생각나면 제가 편지하겠습니다.  저도 수용생활 중이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한계가 있군요.  출소 후에도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사랑이란 끝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많은 형제 자매분들께 더욱 사랑으로 대해 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광주에서 염○○ 형제-


…이젠 묵묵히 기다리겠습니다.  말없이 행동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진짜 모든 일에 주님을 섬기듯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매님 주소 한 장이 아닌, 자매님 손가락에 낀 묵주반지가 아닌, 예쁜 유리와 옥으로 된 묵주가 아닌, 똑같은 기도를 해도 자매님들 앞에서 울음 섞인 기도로 정성이 아닌 동정을 유발시키는 어리석음을 이젠 그만했으면 합니다.  사방에서의 기도와 자매님들 앞에서의 기도는 똑같은 기도인데 어찌 그리 다른지!  그런 모습이 싫어 반 년 정도 모임에 안 나갔죠.  새로운 신자와 같은 방의 예비신자 눈에 무얼 느끼게 하고 또 그들에게 무얼 이야기할 것인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젠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를, 또 새날을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청주교도소 토마스-

 

 

서영남/ 인천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등 가난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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