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알몸 저항에도 불구 모두 끌려나와…수도자들도 부상

11일 오전 6시쯤 시작된 밀양 송전탑 농성장 철거로 오후 1시께 129번과 127번, 115번 농성장이 모두 철거됐다.

오늘 오전 6시에 시작된 부북면 위양마을 129번 현장 철거는 2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철거가 시작되자 천주교 수도자 20여 명과 주민들은 현장 움막을 둘러싸고 저항했지만, 경찰은 무차별적으로 이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주민들은 탈의 상태로 목에 쇠사슬을 묶고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모두 여성임에도 남자 경찰이 주민들을 끌어냈으며, 함께 있던 수녀들의 머릿수건도 벗겨졌다. 수녀 두 명과 주민 세 명 등은 팔목 골절 등의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경찰이 부상자 면회를 막아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또 밀양시 공무원들이 먼저 나서야 하는 ‘행정대집행’임에도 오히려 경찰이 먼저 철거를 진행해 현장에 있던 변호사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 129번 현장에서 철거를 막다가 팔목 골절을 입은 수도자(왼쪽). 수도자들이 끌려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머릿수건이 벗겨지기도 했다. (사진 제공 /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 자리에 있던 예수수도회 소속의 한 수도자는 “모든 사람들을 끌어낸 후에도 산을 내려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컨테이너를 철거한 후까지 이동을 막을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나라에 산다는 것이 그냥 슬플 뿐”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경찰과 밀양시, 한전 측은 129번 현장에 이어 127번 현장으로 이동해 철거를 마쳤다. 127번 현장 역시 40여 명의 주민과 시민, 천주교 수도자들이 함께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동원된 인원은 경찰 병력 20개 중대 2천여 명, 200여 명의 밀양시 공무원과 한전 직원 250여 명 등이다. 그러나 위급 상황에 대비한 앰뷸런스는 단 1대였다.

남은 상동면 고답마을과 단장면 용회마을 등 101번과 115번 현장 농성장도 127 · 129번 농성장과 마찬가지로 주민과 시민, 수도자들이 움막에서 철거를 막기 위해 머물러 있었으나, 오후 1시 6분쯤 115번 농성장이 20여 분 만에 철거됐다. 현재 101번 현장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 115번 농성장이 세 번째로 강제 철거됐다. 12시 40분, 철거 당시 움막에서는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철거 과정에서 끌려나온 주민과 수도자, 사제들은 고착상태에 있다.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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