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들, 꽃동네 방문 취소 등 요구하는 분홍종이배 접어 교황청에 발송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등 장애인 단체들이 10일 오후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행동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진보적인 발언과 행보로 많은 이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아왔다”면서 “그런 교황이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인간다운 삶을 억압하는 수용시설을 찾는 건 지금도 시설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교황이 꽃동네 방문을 취소하고,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농성하는 곳에 방문해 주길 기대하면서 “지역사회의 막대한 자원과 공적인 자금이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탈시설을 지지하는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대형시설인 꽃동네에 교황이 방문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한상봉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음성 주민이자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졸업생인 이수원 씨는 “시설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장애인들이 생활하도록 하고 있는” 꽃동네의 실상을 고발하며,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의지와 욕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야 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낮잠 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꽃동네는 밥을 먹여주고 잠을 재워주는 사육시설이며, 장애인을 인격을 가진 주체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지개 공동체 천노엘 신부(골롬반외방선교회)는 “꽃동네와 같은 대규모 장애인 수용시설이 있는 것은 인류 공동체로서 있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격리시키는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회”이고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격리를 시키는 교회가 장애가 있는 교회”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동행동은 민들레장애인야학,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노들장애인야학 홈리스야학 등 수도권 4대 장애·홈리스 야학 학생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교황에게 쓴 편지로 접은 ‘분홍종이배’가 담긴 소포를 광화문우체국에서 직접 발송했다.

▲ 장애인단체들이 8월 교황 방한 시, 교황이 자신들의 농성장으로 찾아와 줄 것을 요청했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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