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의원이 밀양시 부북면 129번 현장을 방문해 농성장 주민을 껴안고 위로하고 있다. ⓒ장영식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부산 사상구)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후보가 8일 밀양 765㎸ 송전탑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평밭마을(129번)과 위양마을(127번), 상동면 고답마을(115번)의 농성장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날 문재인 의원은 지방선거 후, 밀양시의 네 곳 농성장 움막을 대상으로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신의 차량으로 직접 운전하며 현장을 방문했다.

문재인 의원과 김경수 전 후보는 평밭마을 129번 농성장의 지하 웅덩이에 직접 들어가 한옥순 씨와 면담했다. 또한 129번 농성장에서 평밭마을 주민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갖고, 주민들의 빗발치는 민원을 청취했다. 한옥순 씨는 “나는 2년 전부터 죽으려고 유서를 써놓고 있다”며 “현 정부와 언론은 우리 보고 돈을 더 받기 위해 반대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돈이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밀양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농성장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밀양 송전탑 건설로 더 이상의 주민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문재인 의원이 129번 농성장 움막 지하의 웅덩이에 들어가 한옥순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장영식

129번 현장에서 나와 127번 현장을 방문한 문재인 의원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입술을 꽉 다문 채, 127번 현장 농성장으로 들어서는 다리를 건너 움막을 둘러보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특히 127번 현장에서는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의 101번 현장에서 달려온 주민들도 함께했다.

위양마을의 손희경 할머니는 문재인 의원을 향해 그동안 서럽고 지난했던 싸움의 역정을 호소하며 “경찰이 들어오면 우리는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세월호 사건과 밀양을 이야기하며 “돈과 효율보다는 사람이 먼저인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하며, 밀양이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주민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극단적인 방법과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127번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문재인 의원과 김경수 전 후보에게 책 <밀양을 살다>와 765㎸ 송전탑 반대 티셔츠를 선물했다.

부북면 방문을 마친 문재인 의원은 765㎸ 송전탑 건설 최대 피해 지역인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현장으로 향했다. 상동면 고정마을로 가는 길에는 고(故) 유한숙 어르신의 축사가 스쳐갔고, 상동면 산정에는 거대한 765㎸ 송전탑들이 완공되어 있었다.

▲ 문재인 의원이 평밭마을 이남우 씨의 안내로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의 진행 상황에 대해 듣고 있다. ⓒ장영식

스쳐가는 상동면의 을씨년스런 풍경 속에 115번 현장에서는 상동면 주민 60여 명이 문 의원을 맞았다. 이곳의 주민들도 문 의원에게 눈물겨운 투쟁의 삶을 호소했다. 특히 한 주민은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며 “우리는 짐승보다 못하다. 산의 짐승들도 살리려고 한다면서 왜 우리는 죽이려고 하는가. 날짐승도 집을 짓고 사는데, 우리는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동면 여수마을 김영자 씨는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전쟁 중의 전쟁을 겪고 있는 것과 같다. 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가 있는가”라며 울먹였다. 또한 김 씨는 “이제 우리나라도 핵발전소에 의지한 에너지 정책을 녹색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의원은 115번 현장에서도 주민들의 분노가 스며있는 발언들을 경청하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타협과 협상, 그리고 중재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 에너지 정책과 삼척에서의 탈핵 후보의 당선을 언급하면서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모색할 것도 약속했다. 그는 115번 농성장 움막과 그 안의 지하까지 둘러보면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밀양 765㎸ 송전탑 건설 현장 방문을 갈무리하였다.

▲ 문재인 의원이 127번 현장 농성장 움막을 방문하기 위해 간이로 만든 다리를 건너고 있다. ⓒ장영식

▲ 127번 현장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의원 ⓒ장영식

▲ 문재인 의원이 선물로 받은 티셔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장영식

▲ 115번 현장에서 상동면 주민들의 슬픈 호소를 듣고 있는 문재인 의원 ⓒ장영식

▲ 문재인 의원이 상동면 주민들에게 “타협과 협상, 그리고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장영식

▲ 상동면 산정에 완공된 765㎸ 송전탑의 모습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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