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산책나온 시]

사실
오늘 하루,

몸도 피곤하고
제 마음에 드는 일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무조건 고맙습니다.


그러고보니

고마울 수 있어서

더욱 고맙습니다.

                                    

                               ㅡ 고맙습니다.


 

  

                                                                                                         사진 박봉규

 

그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그곳에서 아내와 이혼을 하고 혼자 돌아왔다.

그림이 본업인데 워낙 재주가 많아 그림외에도 영화나 퍼포먼스들을 기획하여

곧잘 사람들을 놀래키곤 했다고 한다.

나야 주변에서들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고

정작 내가 그를 알게 되었을 때는 거의 모든 일을 놓고 빈둥거리고 있었다. 


언젠가 그의 화첩을 본 적이 있는데

거개가 죽음을 소재로 한 해골 부류였고.. 칙칙한 빨간색과 검은색이 주류여서

솔직히 나는 좀 섬뜩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내가 가진 종교를 비웃었고

명상하는 모든 인간들을 또한 조롱했다.

가끔씩 비가 오는 날이나 와인에 거나하게 취한 날이면 전화를 해서

자칭 시시껄렁한 소리를 해대던 그...


그런데 얼마전,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는 놀라운 고백을 했다.

내가 그동안 이 세상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내 관점이 틀렸었다는 걸 인정한다.

요즘 매일 고맙습니다라는 만트라를 외우는데 눈물이 난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고마운지..


늘상 입에 달고 살던 박하담배도 끊고

온전히 자기 안으로 칩거해 들어간 그는 이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를 새롭게 변화시킨 말은 단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였다.


덕분에

나도 요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읇조리며 산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마다에 '고맙습니다'를 붙이며 속으로 인사를 한다.

햇님 고맙습니다.

달님 고맙습니다

별님 고맙습니다.

바람님 고맙습니다.

나무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생각나는 나의 이웃들 이름끝에 '고맙습니다'를 넣어 가만이 불러본다.


내 세포마다에 이 고맙습니다가 스며들도록

그리하여 내 몸과 마음이 고마움으로 충만해져서

이 세상과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도록 자꾸자꾸 외운다.

왠지 내 마음에 풍선이 떠다니는 것같은 느낌도 들고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말이 내 곁에 있음을 다시 감사!!!!

  조희선/ 시인,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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