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라! 200주년 사목회의 - 5]

200주년 사목회의에서 지향한 영성생활의 쇄신은 그 정신과 내용을 재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지평을 향한 희망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사목회의에서 내성(Ad intra)의 영성생활을 구성하는 <전례>, <신심운동> 의안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지향한 교회쇄신의 정신을 드러낸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인 <거룩한 공의회>와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인 <사도직 활동>의 두 문헌에 근거한다.

전례헌장은 전례가 교회생활의 정점이며 그 지속성을 통해서 교회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밝히고 전례 언어의 개혁과 각 지역의 전통에 맞추어 전례 규정을 쇄신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라틴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전례에서 각 지역교회는 모국어를 사용하여 전례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전례형식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여러 민족과 인종의 정신적 유산과 자질을 호의적으로 존중하고 향상시킬 것을 적응규범으로 하였다. 이에 맞추어 사목회의는 전례에 관한 19개의 제안사항들을 제시하였다. 그 주요한 내용을 검토하고 그에 담긴 영성의 성격을 살펴보자.

미사는 그리스도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게 하는 파스카 잔치이며,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징이며, 사랑의 맺음인 것을 확인하였다. 전례의 쇄신은 성직자 중심이 아니라 신자들의 공동체의 의지를 반영하고, 전례가 하느님의 백성 공동체의 행위임을 깊이 인식하여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와 전통문화를 반영한 전례형태의 쇄신작업이 의무라고 보았다. 특히 한국 천주교회 창립 성현들과 순교 성현들을 경축하는 것과 전례어를 표준어로 사용하고 적합한 존칭어를 사용하며, 한국인들의 오랜 전통이나 관습으로 전해오는 경신 동작이 거룩한 미사 전례에서도 신중하게 참작되어야 하며, 전례 장식은 한국의 습속을 승화 발전시키도록 제안하였다.

교회는 죽은 이를 위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제사인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와 전구를 바치는데, 구체적으로는 운명을 하면 복은 하지 않고 사자 밥도 놓지 않으며, 혼백 대신 고인의 사진을 모신다. 십자가를 중앙에 모시고 촛불을 켜놓고 향을 피우며, 고인과 유족을 위한 기도를 계속 바침으로써, 통공하는 그리스도의 지체들이 명시적으로 서로 도와주며 위로해 주도록 한다. 위령기도는 한국인의 죽은 이에 대한 효성과 공동체 의식, 엄숙한 장례예식과 제례의식의 고귀한 정신과 풍습을 살려 파스카 신비를 선포하고 천국에서의 일치 희망을 북돋아주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극동지방의 선교와 토착화를 위해 이 제례 문제에 대해 로마 교황청에 전면적인 허용조치가 필요한데, 이런 예식은 가톨릭 신앙정신과 상반되지 않으므로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은 가톨릭 선교와 토착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상봉 기자

기도란 신앙인의 가장 내면적 생활 표현으로 자신을 계시하시는 인격적인 하느님과의 상통이며 대화이며, 이는 바로 구원을 뜻한다. 따라서 기도문과 그 기도에 부응하는 행위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더욱 명백히 표현하는 문체와 언어를 사용하고 신자들이 그것을 되도록 쉽게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도서들도 시대의 변천과 신학사상과 신심의 시대적 강조에 따라 쇄신되어야 한다.

평신도 교령은 그리스도인의 소명에 기초하는 평신도들의 고유한 역할이 초대교회에서 시작된 자발성에 기초한다고 보았다. 현대의 평신도들은 성령의 뚜렷한 활동을 따라 다양한 사도직을 행할 수 있도록 사목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 중에서 ‘가톨릭 운동’은 교계제도와 협력하며 유기적 연대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도직을 수행한다. 또한 사도직 양성은 자선활동을 실천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도록 한다.

하느님은 신심의 궁극적 대상일 뿐 아니라, 신심은 하느님의 자비와 신비에 대한 명상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기도, 봉사, 희생 등 구체적인 행위로 나타나야 한다. 모든 신심과 신심운동들은 성령의 활동 및 은사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신자생활의 쇄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신심들은 교회의 법규와 규정을 따라야 하며, 신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신앙의 신비는 성서와 교회의 전승에서 비롯되는 모든 표징 안의 신비를 말한다. 다양한 신심행위로는 삼위일체 신심, 성체성혈 신심, 성 십자가 신심, 성모 신심, 한국 순교자 신심 등이 있다.

사목회의는 사도직 활동을 ‘신심운동’과 ‘사도직 활동’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순교하신 우리 선조들의 투철한 신앙을 탁월한 귀감으로 삼았다. 세부적으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교회 안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신자생활, 그리스도인의 신심과 그 원천 및 여러 형태, 신심운동과 교회운동의 실천 규범으로 구분하였으며, 쇄신을 위한 여섯 개 제안사항을 결의하였다. ① 각 신심운동에 따른 지도국과 전담 지도 신부 임명, ② 신심운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제양성, ③ 각 신심운동에 따른 평신도 지도자 교육, ④ 신심운동들이 한국적으로 토착화될 수 있도록 노력, ⑤ 한국 순교자에 대한 신심의 활성화, ⑥ 교회의 허가를 받아 성물을 제작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신심은 그리스도교 신자생활에 근본적인 것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삼위일체께 대한 참 신심을 고백하며 영원하신 성삼의 영광을 흠숭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신심운동과 교회운동 은 각 시대의 문화적 조건 아래 표현되는 것이며, 어느 한 신심만을 모든 신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여 토착화에 노력을 통하여 복음정신을 활기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성생활의 쇄신을 위한 사목회의의 기획과 노력은 각 본당 전례의 모습이 바뀐 정도에 따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신심운동은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통해서 확산되고 또 깊어졌다고 기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영적 성숙은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은밀한 고통과 그를 통한 성숙, 그 이후에 비로소 오는 기쁨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지속적인 영적 쇄신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서 역사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교회 공동체의 길이기 때문이다.


최우혁

우리신학연구소의 후원회원이며, 영성신학과 여성신학을 전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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