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정당 학생활동가 전해경, 이환희 씨

 

흔히들 지금의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성경은 부자가 천국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하지만, 요즘 20대가 취업하기란 부자가 천국 가는 것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20대는 취업 말고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취업난 때문에 '스펙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학력·학점·토익 점수 등의 취업 자격 요건을 ‘스펙’이라고 부르는데, 20대들이 취업부담 때문에 강박증까지 걸릴 정도면 정치에 무관심할 만도 하다.

진보정당 운동은 예수의 뜻과 다르지 않다

▲ 진보신당 학생당원 이환희 씨.

이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사회를 바꿔보겠다며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활동하는 가톨릭 청년들이 있다. 전해경(21) 씨와 이환희(25) 씨도 각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청년들이다.

따로 진행된 인터뷰였음에도,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이유를 묻자 이들은 약속이나 했듯 “진보정당 운동과 예수의 뜻이 다르지 않다”며 진보정당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 부회장도 하고. 대학에 와서는 여름신앙학교 지도교사도 했다는 환희 씨는 '주의 기도'를 좋은 예로 제시했다.

“'주의 기도'에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부분이 있어요. 진보적 사회운동, 진보정당 운동도 곧 하느님의 뜻을 땅에서도 이루게 하기 위한, 천국을 지상에서 설계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경로로 진보정당에 가입하게 된 두 사람

인터뷰 며칠 전 해경 씨는 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인터뷰 당일 ‘용산참사와 관련해 야4당이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청계광장에서 만난 그는 집회준비와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해경 씨는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확실히 줄만큼 바쁘기는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환희 씨 역시 요즘 20대를 위한 정치캠프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현재 총학생회에서 연대사업국장을 맡고 있는 해경 씨는 대학 입학 직후 참가했던 몇 번의 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적인 대응을 경험했다. 그러던 중 2007년 4월 1일 하얏트 호텔 앞에서 허세욱 열사가 분신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해경 씨는 “불에 타서 절규하는 상황에서 전경들이 층을 둘러서 옆에 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했다”고 회상했다. “그날 이후 민주노동당에 가입해서 비상식적인 사회를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해경 씨와는 달리 환희 씨는 처음부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개혁당에 가입했다. “그때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끼고 있었어요. 개혁당이 노무현 당시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성격이 있었는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호감이 있어서 가입하게 되었죠.”

그는 개혁당이 열린우리당에 흡수되면서 자연히 열린우리당 당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당보다도 덜 개혁적인 열린우리당은 더 보수적인 면이 컸고,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당에 대해 환멸을 느껴 탈당을 한 뒤 작년 초까지 아무 당에도 가입하지 않았어요.” 당에 가입하지 않은 기간 동안 ‘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와 ‘송두율 교수 추방 및 처벌에 반대하는 청년학생모임’에서 활동하던 그는 2008년 초에 진보신당이 창립되자 가입했다.

문제는 정치다!

다른 운동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정당 활동을 택했을까 궁금해졌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환희 씨는 “경제문제도 어차피 정치의 문제”라고 답했다.

“지금 20대가 목을 매는 것이 경제문제이고, 심지어 '경제동물화' 한다고 말하는데, 경제는 그저 경제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와 이어져요. 지금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공고하게 만들려고 사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끌어가려고 하는데, 이런 욕망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복지를 하든, 일자리를 늘리든, 이런 것들은 정치의 영역에서 다뤄져서 경제로 파급되는 것입니다.”

해경 씨 역시 정치의 문제는 쏙 뺀 채 경쟁만 외치는 사회 분위기에 불만을 토로했다. “경쟁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만 강조하면, 결국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결과가 보장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박봉과 고통스러운 환경이 주어집니다. 정치를 통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사람은 특히 20대가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해경 씨는 당이 “손에 잡히는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 말했다.

“알바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박봉에 고용도 불안한 알바를 하고 있는 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알바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그런 부분들은 당이 ‘알바 권리찾기’같은 정책들로 도움을 줘야 해요. 예를 들면 알바 피해사례들을 수집해서 전문가들과 상담할 수도 있도록 연결하는 거죠. 정치에 대한 20대의 인식을 변하게 하려면 이렇게 손에 잡히는 운동부터 시작해야 해요. 와 닿고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는 운동들로 시작할 필요가 있는 거죠.”

환희 씨 역시 20대의 인식변화를 위해 당내 ‘88만원세대 위원회’에 참여하여 ‘2MB 시대를 방황하는 88만원세대를 위한 안내서’라는 주제로 정치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손에 잡히는 운동부터’를 강조하던 두 사람은 ‘민족’, ‘통일’에 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해경 씨는 “국가가 바로서야 인권도 바로 선다."고 운을 뗀 뒤, “민중생존권이 보장되는 방식의 통일이 되어 자주성이 강해지면 지금처럼 외국자본에 흔들리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는 우리나라 안에서 언론이나 건설사 등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환희 씨는 “민족주의는 우리와 남을 가르는 문제가 있다”며 “의회 내에서는 민생과 직결되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논의되어야 하는데, 민족문제는 오히려 그것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 정치캠프 준비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이환희 씨. 이 씨는 당에서 '88만원세대 위원회'활동을 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실망, 그리고 희망

두 사람은 교회 밖에서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것에는 머뭇거리게 된다. 자꾸 교회에 실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떻게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교회가 이리도 수구적일 수 있나 싶어요. 강남성모병원에서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농성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내쫓아버린 것이 대표적이에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말씀을 자신의 가장 큰 가치로 가지는 교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 말씀에 따르면 거리로 내쫓긴 그들이 바로 예수인데..” 환희 씨는 “이런 ‘교회 어른들’에게 성경을 다시 정독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경 씨도 ‘교회 어른들’에게 실망하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그는 시국미사에서 희망을 느꼈다.

“시국미사 때마다 갔어요. 매번 감동적이었지만 기륭전자 사옥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미사가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교회 내에 좋지 않은 시선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무릅쓰고 함께하는 신부님들에게 고마움까지 느껴졌어요.”

2009년에는 계급적 의제에 더욱 집중해야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해경 씨에게 올 한 해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명료한 답을 내놨다.

“2010년에는 지자체 선거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전에 (법 제도, 언론 등의) 상부구조를 모두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놓을 겁니다. 그래서 2009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꼬리를 내리고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2008년 광우병 시위가 민족적 자존심, 먹을거리 문제 등을 건드려서 중산층의 공감대를 얻었다면, 2009년에는 용산 철거민 문제처럼 더욱더 못사는 서민들의 고통과 같은 계급적 의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승덕/ 지금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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