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한 교황청 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 ..
"꽃동네는 거대한 사회복지 자본이자 사유화된 종교시설"

“프란치스코 교황님, 꽃동네에 가지 말아 주세요”

오는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에 대해 장애인권운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외, 이하 전장연)는 주한 교황청 대사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꽃동네 방문을 취소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 측은 기자회견문에서 “설립된 지 38년째인 꽃동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생활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 자본이자 사유화된 거대한 종교시설”이라며 “전 세계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이며 진보적인 행보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꽃동네에 방문하는 것은 시설을 나와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22일 오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외, 이하 전장연)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양효숙 기자

전장연 측에 따르면,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 이사장인 오웅진 신부는 자신과 친인척, 그리도 수도자들의 명의로 전국 각지에  1,300만m2( 400만 평)가 넘는 부동산을 보유했으며, 충북 음성과 경기도 가평 두 곳 꽃동네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만 연간 38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오 신부가 재단 자산을 이렇게 거대한 규모로 키우는 과정에서 2003년 부동산 실명제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한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시설 생활 장애인이 다 거지인가?... 장애인에게도 인권과 자유가 있다

음성 꽃동네에서 6년간 시설생활을 한 뒤 2004년 자립한 서울뇌병병장애인 인권협회 배덕민 회장은 “많은 이에게 존경받는 교황님이 폐쇄적이며 장애인 인권 문제와 부정 축재 등으로 시끄러운  꽃동네에 방문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꽃동네에서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시설 생활 장애인이 다 거지인가? 장애인에게도 인권과 자유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 회장은 중증뇌성마비 장애인인 자신이 지역사회로 나가 자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꽃동네 측에서는 ‘정신 상담을 받아야 한다’ 했다며,  "나는 지금 거주할 아파트도 있고, 평생 함께 할 배우자도 만났다. 마냥 행복한 일만 있을 수는 없지만 수용시설의  반복되는 삶 보다 골백번 낫다"고 말했다.

이어서 배 회장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시대에, 폐쇄적이고 인권이 유린되는 대규모 수용시설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교황님이 하루 빨리 진실을 알고 꽃동네 방문을 취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 기자회견에서 서울뇌병병장애인 인권협회 배덕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문양효숙 기자

교황의 대형 시설 꽃동네 방문, 
자립생활과 탈시설 갈망하는 장애인 외침과 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은 “꽃동네가 법의 심판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간 숱하게 제기되어 온 스캔들만으로도 복음을 따르고자 하는 신앙인들에게는 마음의 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꽃동네는 “달라진 시대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제대로 살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경동현 소장은 지난 3월 17일 천주교 평신도들이 “교황이 평소 강조해 온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와 어울리는 교황 방한 일정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연 기자회견을 언급하면서, “이번 기회에 꽃동네 문제가 교회가 꼭 고민해야 할 부분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등 그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싸워왔다"며 , “그런데 방문만으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한다면 그간의 투쟁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 두렵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박 대표는 "많은 장애인들이 외침을 통해 구축한 자립생활과 탈시설, 지역사회의 삶이다. 이 가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황이 꽃동네 문제에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작성한 의견서를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 전달했다. 기자회견 장소에 나와 의견서 공문을 전달 받은 주한 교황청 대사관 관계자는 “잘 전달하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주한 교황청 대사관 측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기자회견에서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기자회견 참가자가 '프란치스코 교황님, 꽃동네 방문을 취소해 주십시오'라고 쓴 몸자보를 입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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