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미사 ·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밤 열어
'기억과 식별 -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는 주제로 봉헌된 미사..'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해

▲ 9일 오후 남동 5·18 기념성당에서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미사와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밤이 열렸다. ⓒ한수진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1천개의 목소리로 미사의 시작을 알렸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19일 오후 남동 5·18 기념성당에서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미사와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밤을 열었다.

‘기억과 식별 -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를 주제로 봉헌된 미사와 추모의 밤에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1300여 명이 참석해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영혼들의 안식을 빌고, 그들의 죽음을 기억했다.

광주대교구 총대리 옥현진 주교는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산 사람이 죽은 이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로 미사를 시작했다.

옥 주교는 강론에서 “(학살의) 책임자가 대통령이 되어 5·18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나라를 구하는 일이 생명을 해치는 일인가? 권력만 잡으면 생명을 해치는 일을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옥 주교는 5·18 희생자들과 함께 용산, 강정, 밀양,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자 소망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옥 주교는 “34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의 모습은 어떠한가”라고 물으며,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현실이 참담하다. 국가의 공권력이 국민을 살리기보다 죽이거나, 죽어가는 것을 방조하는 일은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어느 시사주간지의 표지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미사가 19일 오후 남동 5·18 기념성당에서 봉헌됐다. ⓒ한수진 기자

옥 주교는 5·18과 세월호 사고가 “약육강식에서 비롯된 악행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옥 주교는 “이런 삶의 방식으로 끝까지 치닫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옥 주교는 공직의 사유화로 공공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취임 선서가 빈 소리가 아니었음을 국민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마음 깊이 우러나는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옥 주교는 “우리가 드리는 매 미사 때마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고 현재화하듯이, 우리가 겪은 슬픔과 한계를 기억하고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그리고 이 땅에 생명과 평화를 심는 나라,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물질 중심의 헛된 잠에서 깨어나 생명 중심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 사고의) 진상이 규명될 때 까지 깨어 지켜보며 우리 각자의 몫을 다하도록 다짐하자”고 당부했다.

▲ 수도자가 한 어린이에게 세월호 실종자 귀환과 희생자 추모를 뜻하는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한수진 기자

미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5·18의 기억을 되살리며 주먹밥을 나누고, 노란 리본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적어 성당 마당에 걸었다. “5·18 희생자와 세월호 희생자에게 편안한 안식을”,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땅에”, “하느님은 정의의 편이십니다” 등의 바람이 34년의 역사를 기억해온 남동 5·18 기념성당의 하늘을 노란 빛으로 물들였다.

▲ 남동 5·18 기념성당 마당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한수진 기자

이후 성당 앞마당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밤이 열렸다. 신자들은 추모시 낭독과 추모곡 공연에 이어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기도를 바쳤다.

광주대교구는 2005년 5·18 민주화운동 25주기를 맞아 5월 18일을 교구 기념일로 지정하고, 기념미사를 봉헌해왔다. 같은 해 ‘5·18 기념성당’으로 지정된 남동성당은 1980년 당시 추모미사와 시국집회를 열어 광주 시민들을 위로하고 버팀목이 되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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