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주최 '6.4지방선거와 녹색전환' 좌담회 열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성장시대에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한 정치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역사문화박물관에서 열린 좌담회는 녹색전환연구소(이사장 김종철)가 주최했으며,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박혜령 영덕 핵유치백지화 투쟁위원장, 노진철 경북대학교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참석했다. 이들은 경제성장과 군사력에 기반을 둔 중앙집권국가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풀뿌리 지역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역사문화박물관에서 '6.4 지방선거와 녹색전환'를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문양효숙 기자

좌담회에 앞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경제성장의 논리를 가능하게 했던 화석연료 에너지 시스템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로는 전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 시스템의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문양효숙 기자
그는 변화의 핵심을 지방 자치라고 강조했다. 국가 권력을 잡은 중앙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힘을 행사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날 길이 없고, 따라서 성장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밑으로부터 강력하게 맞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철 발행인은 “이 힘은 지역에서 모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제, 왜 하는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권력은 점점 더 중앙으로 집중, 권력 분산을 위한 구조 변화 필요

이에 반해, 박혜령 위원장은 “지방 자치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정답일까 늘 고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래로부터의 고민 없이 실시된 정치 제도는 현실에서 힘을 갖지 못하고, 녹색전환이라는 가치 또한 성장제일주의에 잠식당한 세상을 자각시키기에 미약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다.

경북 영덕에서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활동을 이어온 박 위원장은 “대규모 사업이 지역에 유치될 때 지자체장의 목소리는 힘이 없고, 시민의 자발적인 힘도 그것을 막거나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과 성장의 부재에 지역민들이 느끼는 깊은 위기감을 전하며,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전차 같은 시대에 ‘녹색전환’이라는 가치는 얼마나 사람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키워드가 될 수 있는가” 반문했다.

▲ 박혜령 영덕 핵유치반대 투쟁위원장ⓒ문양효숙 기자
박 위원장은 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지방자치제에 대해 “왜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가치 중심의 정치에 대한 고민 또한 부재했다”고 평가하면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실상 권력은 점점 더 중앙으로 집중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구조의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소수에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변화와 ‘탈성장·녹색전환’이라는 가치가 더 널리 실현되기 위한 방법 등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7년 체제’란 6월 민주화 항쟁 결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발표한 6.29선언에 담긴 내용으로 정치 영역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임기의 소선거구 국회 민주주의 제도를 골자로 한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가 다수당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체제를 강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지역구 43.3%, 정당투표에서 42.8%를 획득했지만, 의석수로는 총 300석 중 과반을 넘는 152석을 차지했다. 국회의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의석수다.

승자독식체제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전면 비례대표제’ 제시
소수자와 작은 정당이 국회 진출 가능하고 다양한 목소리 낼 수 있어

좌담회 참석자들이 주장하는 대안은 ‘전면 비례대표제’다. 이들은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기 때문에 사표(死票)가 없어지고 모든 투표가 의미 있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소수자와 작은 정당이 국회에 진출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 중심에 18% 정도만 의석을 비례대표에 할애한다. 현재 탈핵을 선언한 독일, 뉴질랜드 등은 전면 비례 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정치제도 아래에서 지방자치가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며 비례제를 위해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모든 영역에 기득권 그룹이 있지만 정치권은 더 심하다. 당이 달라도 기득권은 뭉친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이나 비례대표제로 가면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진다는 걸 안다. 지금은 못해도 2등 아닌가. 실수로 2등 할 때도 있고. 그러니 이것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다. 국민들이 원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왜 중요한지,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한편, 과천시장 선거에 나선 녹색당 서형원 후보는 “정치는 내 집과 내 가게에서 나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이웃에 대한 책임으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 이익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에서도 분노하지만 공동체의 일에 관해서는 분노하지 않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정치의 복원’은 곧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치다. 즉, 한 사람 혹은 한 그룹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시민 각자가 공동체의 일에 참여하고 이웃들에 책임지며 정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곧 중앙정치를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웃과 공동체에 대해 책임지는 근원적인 의미의 정치가 펼쳐질 수 있는 유일한 현장은 지역임을 강조했다.

▲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 ⓒ문양효숙 기자
환경운동연합, 과천시의회 의장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과천에서 풀뿌리 정치를 일궈온 서 후보는 “시의회에 가면 이기적인 목소리를 가진 10%의 사람이 지역주민의 대부분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누군가를 대의(代議)할 때 마다 사람들이 지닌 선한 마음도 같이 사라지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가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주시하지 않거나, 위에 있는 누군가가 지역주민의 삶에 관한 것을 결정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정치를 근본적으로 잘못알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노진철 경북대 교수는 “‘녹색정치’가 뿌리내리는 곳은 실상 도시”라면서, “탈성장과 생태의 가치가 일자리, 빈곤 등 현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이 미래의 가치라면 불평등과 빈곤은 직접적으로 당면한 현실의 문제다. 녹색정치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제도임을 구체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다.

이에 대해 좌담회에 참석한 녹색당 하승수 운영위원장은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생태적 기본소득론을 거론했다. 또한, 지역의 계획을 외부인인 도시 전문가가 용역으로 만드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각기 다른 지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정책들은 시민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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