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신부와 손석춘의 대자보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 출간
"사회참여 반대하는 사람들, 정말 미안합니다. 영업을 방해해서!"

손석춘 교수가 김인국 신부를 인터뷰해서 책을 펴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야기-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철수와 영희, 2014). 한겨레 기자 출신의 손석춘 교수(건국대)는 지금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 낳은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라면서, 이 ‘한국형 독재’에 맞서는 주체로 천주교 사제들과 이 책의 독자들을 호출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야기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철수와 영희, 2014)
“소통을 거부하며 반민주적 범죄를 모르쇠 하는 정권, 그러면서 전국교직원노조와 철도노조를 비롯해 사무직, 생산직 노동조합 운동을 탄압하고 기업들의 규제 완화에 발 벗고 나서는 정권, 불통과 규제완화의 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규제 없는 자본주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강자에게는 따끔한 스승, 약자에게는 어머니 같은 교회
사회참여 반대자들이여 "정말 미안합니다. 영업을 방해해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를 역임했던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옥천성당)는 세간의 형편에 맹꽁이였던 자신이 사제단 활동을 하면서 “강자들의 동맹은 너무나 막강하고, 약자들의 연대는 터무니없이 연약하다”는 이치를 터득했다. “정(政)‧재(財)‧관(官)‧학(學)‧언(言)의 오각동맹은 그 어떤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철옹성이었던 반면 연민을 기초로 뭉치는 못난이들의 연대는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 가냘펐다”는 것이다.

“이기는 쪽은 매번 이기고, 지는 쪽은 늘 눈물을 훔쳤다”고 전하는 김인국 신부는 “성경은 강한 쪽을 누르고 약한 쪽은 들어 높이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사회적 치유책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높은 언덕은 깎아내리고 골짜기는 메워야 사람과 사람이 평화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이 된다는 이치다. 물론 이 일을 힘으로 윽박지르지 않고 “손으로 살살 어루만지고 입으로 호호 불어서 바위를 고운 흙으로 만들 듯 사람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서 평평한 길을 내야한다”고 다짐한다.

김 신부에게 교회는 마땅히 이 일을 해야 한다. 교회는 ‘스승과 어머니’ 역할을 소명으로 받아들여 “따끔한 질책이 필요한 곳에서는 스승이 되고,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자리에서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사회참여를 두고 “교회가 뭔데 세상사에 관여하느냐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는 김인국 신부는 이분들에게 “이해가 직결되는 문제라서 그러시는 줄은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영업을 방해해서!”라고 돌려서 응답한다.

교회 안팎에서 말이 많지만, 그래도 김인국 신부의 소신은 한마디뿐이다. “욕망 어린 동맹은 준엄하게 꾸짖고, 사랑 어린 연대는 한없이 보듬자”는 말이다. 김인국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을 때 정한 성구는 “갈릴래아에서 만나리라!”(마르 16,7)였다. 예수가 부활해서 제자들에게 일러준 만남장소가 그곳이었다. “돈 많고 잘난 놈들 몰려 사는 예루살렘이 아니고 못난이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갈릴래아, 우리 거기서 만나자.”

하느님의 얼굴이 된 사람, 예수
부활이란? ...예수 하나를 죽였더니 어디선가 예수 열이 나타나고 

▲ 김인국 신부
김인국 신부가 예수의 인간됨을 안 보고 ‘하느님 아들’로만 여기는 미숙한 신앙에서 벗어나 발견한 것은 “예수님은 하느님의 얼굴이 된 인간”이라는 것이다.

“미사 중에 드리는 기도문의 결구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같은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을 하느님과 같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거지요. 우리가 이런 신앙명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예수의 신성을 고백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놀라운 긍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인국 신부는 예수가 “태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별한 신적 존재가 아니”라면서, “이스라엘의 신앙의 씨가 물려지고 물려진 끝에 가장 아름답게 싹튼 자리가 예수의 몸”이라고 말했다. 출애굽 이래 무수한 시련과 불행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겨레 이스라엘의 경험을 이어오면서 맺어진 열매이며, 예수 자신은 로마식민지 가운데 가장 가난한 땅 갈릴래야 출신임을 상기시켰다.

‘하느님 체험’을 강조하는 김 신부는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지만 특히 고난의 현장에 계신다”라며, “사람들이 울고 서 있는 곳에 가보면 거기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활 신앙 역시 “예수 하나를 죽였더니 어디선가 예수 열이 나타났고, 예수 열을 죽였더니 다시 어디선가 백 명, 천 명의 예수가 나왔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처럼 고난의 현장에서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변함없이 일하고 계신다는 체험”이 곧 부활신앙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조선일보>만 보는 고위성직자들...<조선일보> 식으로 성경 읽는다
교황이 또박또박 말해도 모른 체 하는 주교들... 평신도만 학습하는 <복음의 기쁨>

한편 “감옥 옥(獄)자는 말씀(言)이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사나운 개 두 마리 사이에서 꼼짝 못하는 형상”이라며, 한 마리는 ‘국가권력’이고 또 한 마리는 ‘자본권력’이라는 맹견인데, “이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이란 두 마리 개를 감시하라고 있는 펜인데, 오히려 여기에 아부하는 사이비 언론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참에 김인국 신부는 ‘말씀의 봉사자인 종교인’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기자들 봉급이 올라가면서 언론인들에게 문제가 발생했던 것처럼, 한국 천주교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한국방문 이후 교세가 커지면서 성당 건축 붐이 일어나고 그 참에 “교회의 말씀도 언론의 감옥에 갇혀 버렸다”고 꼬집었다.

“슬픈 일은 대통령만 <조선일보>의 논설과 칼럼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 교회의 고위급 성직자들도 그렇다는 거예요. 그들에게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 되는 신문은 조중동 딱 세 개로 국한됩니다.”

김 신부는 신학자 칼 바르트가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사람들은 성경의 눈으로 신문을 보는 게 아니라, 신문의 눈으로 성경을 보게 된다”며 “말씀의 봉사자인 주교들이 조중동의 말에 휘둘리는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개탄했다.

실례로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벌일 때 주교단에서 정부의 개발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중앙일보>에서 “4대강 사업은 과학의 문제, 수자원‧토목학의 문제”인데 “종교기구인 주교회의가” “무슨 근거로 ‘치명적인 손상’이라고 판단하는가”라며 주교단을 비판하고 나선 적이 있다.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터무니없는 참견으로 주교들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거망동을 범했다는 게 요지였다. 2010년 당시 정진석 추기경은 두 차례나 주교단과 다른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는데, 그때 추기경은 “4대강 사업은 과학의 영역이고, 주교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인국 신부는 “정 추기경이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보고서 소름이 끼쳤다”고 전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 김인국 신부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은 자본주의의 탐욕과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라는 가르침을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이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또 사목자들은 더 나은 세계의 건설에 진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말씀하셨는데 추기경은 못 들은 체 한다고 비판했다. “상층의 주교들은 시간아 흘러라 하면서 버티고, 바닥의 평신도들만 열심히 교황의 생각을 학습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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