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지켜보며
[사회교리 렌즈에 비친 세상 - 이동화]

세월호 사건이 한 달이 지났다. 모두가 나름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오늘 아침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대국민담화를 했다. 이젠, 정말 변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변할까?

얼마 전의 조사이긴 하지만, <한겨레21>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5%는 ‘세월호급의 참사가 또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헤럴드 경제>에 의하면, 십대 청소년의 69%는 ‘세월호급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더라도 어른들은 똑같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모두가 이젠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과 미래 세대의 대부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개조’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그렇지 많지 않는 것 같다.

▲ 월성 핵발전소 (사진제공/에너지정의행동)

핵발전 회사로 재취업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료들

한 달 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내놓은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기업의 요구에 맞추어 온갖 규제를 철폐하고, 서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을 민간영리법인화를 추진해온 정부에 책임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선박의 수명을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한 일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직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규제 철폐와 완화, 의료부문 민간영리법인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둘째로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의 부패고리이다. 해양수산부와 마피아를 합쳐 만들어진 ‘해피아’라는 조어가 말해주듯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해양수산부의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에 산하단체와 유관기업에 취업하여 견제와 감시를 소홀히 하게 하고, 각종 규제를 없애고 이권에 개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어찌 해양수산부만의 일인가. 교육부의 고위 관료는 사학재단으로 가고, 금융감독원의 관료는 금융기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료는 핵발전 회사로 재취업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검증과 감시의 기관과 업체가 인맥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사실상 마피아가 따로 없는 셈이다.

셋째로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는 관행이다. 안전점검이나 화물점검, 사고 해역에 들어오고 나갈 때 신고 등 무엇 하나 정해진 절차와 제도를 지키지 않은 점도 세월호 사건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하기야 밀양이나 강정에서도 보듯이, 공권력이 정해진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는 것 역시 세월호 사건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언론을 통해서 이미 제기된 것을 다시 정리해보는 이유는, 세월호 사건은 핵발전소 문제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연이지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던 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부산의 고리 핵발전소 1호기를 재가동하도록 승인했다.

세월호 사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낡은 배의 수명을 연장시킨 것이듯이, 고리 핵발전소는 1978년 30년 설계 수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36년째 가동 중이다. 이는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만 되짚어 봐도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핵발전소 폭발사고 당시, 근방에 있는 핵발전소 10개 중 30년이 넘은 노후한 4개를 중심으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고, 핵 전문가들도 이를 후쿠시마 핵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 지난 2012년 11월 17일과 18일, 월성 1호기를 방문한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월성 1호기의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에너지정의행동)

세월호는 300명이지만, 핵발전소는 300만 명이 희생될 수도.. 
대국민 담화 후 곧바로 원자로 설치행사 하러 간 대통령...진정성은?

핵 발전의 안전규제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핵 발전을 진흥하고자 하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회전문 인사는 핵 발전소의 안전성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한다. 원전 부품을 검증하는 업체는 서류를 위조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의 간부급 퇴직자들은 핵발전소 건설사로 재취업을 한다. 이른바 ‘핵 마피아’들이다.

만일에 대통령과 정부가 진정으로 이 나라를 근원에서부터 바꾸고자 한다면, 설계 수명이 다 한 채 아직 가동 중인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를 중지시키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세월호와 핵 발전소는 닮아도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호는 300명이지만, 핵발전소는 300만 명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경의 해체보다는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 폐쇄가 먼저다.

그럼에도, 그리고 대단히 불행하게도,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 그러하듯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 세월호 사건 한 달을 지나면서 느끼는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가 일사분란하게 한 일은,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대통령 관련기사를 머리기사로 배치’하라는 등의 KBS의 보도와 인사에 대한 개입,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캠프에 있던 극우 인사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직속 선배를 국정원 차장으로 내정한 일이다.

청와대의 진짜 관심은 오로지 지지율뿐인 듯하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영국의 BBC 방송이 정확하게 표현했다. “단 한 명의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는, 차로 5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청와대를 향해 유가족들이 행진하자 10분 만에 그들을 가로막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보였다.”

대통령은 눈물의 대국민담화 직후에 곧바로 아랍 에미리트로 발길을 돌렸다. 핵발전소 덤핑 수출로 여겨지는 원자로 설치 행사 때문이란다. 그러니, 정말 변할까? 이젠 변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이동화 신부 (타라쿠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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