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며칠 전, 외출을 하고 돌아오려는데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입고 있는 점퍼에 모자가 달려있어 머리만 가리고 달려가 버스를 탔다. 비가 제법 많이 오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서둘러 갔다. 입구에 도착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비닐 우산을 사서 들고 가는 게 눈에 띄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뒤돌아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우산을 들고 나에게 내밀며 “이 우산 쓰고 가세요”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손을 내저으며 “아녜요. 지금 나가시면 우산이 필요하시잖아요”라고 말씀드렸다. 아주머니는 일행이 있으니 괜찮다며 다시 우산을 내미셨다. 조금 망설이다 받아든 꽃무늬 우산이 그분의 마음처럼 곱디고왔다. 지하철에서 내려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주머니가 내내 고마웠다. 그분의 마음이 따스한 엄마 같았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가장 닮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라고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처럼 엄마는 자녀를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제주도 출신의 인디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의 ‘엄마’라는 곡은 딸을 향한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전해준다. 노랫말과 목소리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이 곡은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 그림 : 오마리아 수녀 / 출처 : 바오로딸 콘텐츠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늘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날씨가 추워 겨울이불을 보낸다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늘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귤을 보내니 맛있게 먹거라

엄마는 늘 말씀하셨지 내게
엄마니까 모든 것 다 할 수 있다고
남들이 뛰라고 할 때 멈추지 말라고 할 때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잠시 쉬라 하셨지

남들이 참으라 할 때 견디라고 말할 때에
엄마는 안아주시며 잠시 울라 하셨지


세월이 흘러도 엄마에게 자녀는 ‘나이든 아이’다. 이 노랫말에도 떨어져 지내는 딸에게 이것저것 챙겨 보내면서도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또한 세상의 논리와는 다르게 쉬어도 되고 울어도 된다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한결같이 자녀를 염려하고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할 때 세월호의 침몰로 어린 자녀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헤아려보게 된다. 바다를 앞에 두고 마냥 기다려야만 했던 그분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 차가운 시신을 받아 안고 통곡하신 성모님과 같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온 국민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이번 사고를 겪으며 ‘만약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엄마의 마음으로 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엄마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결단이다. 편안함과 안전함, 자기만족 대신 희생과 도전, 자기 비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매일 뉴스에서 만나는 팽목항의 많은 자원봉사자들,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 속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잠수부들에게서 ‘엄마’의 마음을 발견한다. 멀리서 크고 작은 구호물품을 보내주는 이들, 전국 각지에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기도하는 이들에게서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엄마’의 마음을 심어주셨다. 지금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나만의 배려와 친절한 말 한마디를 전하는 순간, 피곤하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기도하는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엄마’의 마음을 선물하는 것이다.

주님이 주신 ‘엄마’의 마음을 꺼내 나눌 것인지, 안에 꼭꼭 숨겨둘 것인지는 매순간 우리 각자의 선택이다. 따사로운 오월, 성모님의 달을 지내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엄마’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이끌어주시길 기도하게 된다.


황난영 수녀 (율리아나)
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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