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삼두의 정주일기]

 

 

부산 서구의 산복도로를 돌다가 우연히 ‘최민식 갤러리’를 보았습니다. 작고 아담한, 몇 안 되는 유품의 향기가 희석되지 않을 정도의 아담한 공간에서 흑백사진 한 장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구멍 난 신발과 누더기 옷에 감싸인 아이들이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포착한 보석 같은 작가의 눈길 앞에서, 한동안 멍한 돌부처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시대의 나그네로서, 지금 이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려 하고 있는지―
 

 
 

하삼두 (스테파노)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그렇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지금여기>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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