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지난 노래지만 가끔씩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특히 바다를 보면,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갯바위’다.

7080 노래로 알려진 한마음이 부르는 이 노래는, 가사의 내용이 좋아 늘 마음에 남아 있는 노래이다.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걸 보며, 강릉에서 푸른 동해를 만나자, 내 마음속에선 아니나 다를까, 이 노래가 어디선가 자꾸 새어나오고 있었다.

자주 여행할 기회가 없는 내게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일까? 업무로 인해 여기저기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강원도를 즐기고 있었다. 기왕에 가야 하는 거라면 나의 상황을 즐기며 감사하자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도 겹겹이 쌓인 산을 보며 나는, 그 산 정상 위에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이 어디서나 볼 수 없는 강원도만의 정취임을 깨닫는다.

우리나라의 어디를 가도 이런 산은 본 적이 없다고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 말을 들어야 하는 그들은 모두 강원도 태생으로 평생 산을 바라보며 산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 말을 들으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누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를 답답하게 바라보기도 할 것이고, 누구는 살아보고 나서 말해보라고 할 것 같다. 또 누군가는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쳐 줄 것 같다.

ⓒ박홍기

그런데 거기에다가 동해까지……. 그러니 강원도가 매력덩어리가 아니겠냐고 내가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동해 바다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그 바다 한 켠에 서있는 바위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아니, 노래한다. 하느님과 나의 사랑 이야기를 되새긴다.

나에게 ‘갯바위’는 하느님과의 우정과 사랑의 긴 이야기이다. 그분은 철없는 나를 부르시어 당신의 사람이 되게 하셨다. 그리고 꼴을 못 갖춘 나를 하나씩 하나씩 어루만지시어 꼴을 만들어 주셨다.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보게 하셨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약속들을 알려 주셨다.

내가 어떻게 나의 부족함을 메워야 하는지, 어떻게 파도 속에서 나를 지켜내야 하는지, 그 파도와 어떻게 만나 나를 길들여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셨다. 파도가 파도가 아님을 알게 하시어, 그 파도로 인해 내 본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셨다. 그래서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지 않게 해주셨고, 파도와 함께 바다 안에서 행복하게 해주셨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해주신 하느님! 그 부족함으로 인해 내가 오히려 성화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신 하느님! 내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딜 힘을 주신 하느님! 저는 당신께서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저를 바꾸시고, 다듬으시고, 만드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게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 바다의 깊고 푸른 물속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자신을 맡기고 있는 갯바위. 그 하느님을 만나게 해준 노래, ‘갯바위’.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어느 고운 바람 불던 날 잔잔히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감싸고
향기로운 입술도 내게 주었지
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
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인 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우린 오늘도 마주보며 이렇게 서 있네
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내 뜻이 부서져도
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인 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우린 오늘도 마주보며 이렇게 서 있네”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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