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작년 12월 2일 음독 끝에 숨진 고(故) 유한숙 씨가 음독 직후 남긴 녹취록이 사망 5개월여 만에 공개됐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밀양대책위)와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오전 국회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 씨는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자신이 음독한 이유가 “송전탑 때문”이라고 말했다.

▲ 8일 국회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음독자살한 고 유한숙 씨의 녹취록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제공 /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녹취록에서 유 씨는 음독 사유를 묻는 경찰에게 “니네 그게 송전탑 때문에 내가 돼지도 못 먹이고, 하나 옮기면 되는데”라고 답했으나, 담당 경찰은 “(부인과) 싸우시다가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늘 뭐 특별하게 마음이 움직였다든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 거 아닌가?” 하고 반복해 물으며 고인의 진술을 무시했다.

고인 사망 후 밀양경찰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음독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음독 현장에 있었던 가족은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최초 진술하였다. 다만, 고인과 고인의 부인이 (송전탑 반대 집회 현장에) 나가는 것을 서로 싫어하였다는 진술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밀양경찰서는 “고인은 평소 술을 드시고 ‘약 먹고 죽겠다’고 한 번씩 말씀하셨으며, 아침부터 소주를 3병 이상 마신 상태에서 음독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고인의 음독은 복합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밀양경찰서는 “고인의 사망이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의도적으로 죽음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 바 있다.

밀양대책위는 녹취록을 공개한 뒤 성명서를 발표해, “유족들이 ‘고인의 사인이 왜곡되었으므로 이를 바로 잡아 달라’고 대통령과 경찰에 호소해 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시종일관 고인의 죽음을 ‘개인사’로 치부해버렸다”며 박근혜 정부를 “무능과 불통은 고사하고 고인의 죽음까지 덮으려고 하는, 참으로 잔인한 정부”라고 비난했다.

밀양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을 왜곡해 유가족이 장례도 치를 수 없게 만든 경남경찰청과 밀양경찰서에 담당 수사관 징계와 사과를 요구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한전과 정부는 강제 철거 이전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협의에 응하라”고 주장했다. 밀양대책위는 “‘이 전쟁이 제일 큰 전쟁이다’라는 밀양 할매들의 말처럼, 지금 밀양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날들”이라며, “한전과 경찰이 계속 힘과 폭력을 동원해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면 밀양의 비극은 또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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