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초승달빛과 별빛이 쏟아지는 지난 5월 3일 토요일 저녁,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상동면 고답마을의 115번 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현장이 해발 300미터가 넘는 고지에서
밀양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등대지기’를 부르며 시작된 문화제는
흐느낌에서 통곡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시는 차마 끝까지 낭송하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추모의 글을 눈물로써 종이에 또박또박 옮겼습니다.
한전과 경찰은 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기간에도
밀양 현장을 기습하며 주민들을 겁박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민의 재산권과 생명권을 무시한 송전탑 공사 강행은
어쩌면 또 다른 ‘세월호’의 모습입니다.
국민의 ‘안전’보다는 ‘경제성’에 중심을 두고 있는 잘못된 정책은 바꾸어야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국민의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밀양의 아픔이며,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밀양의 슬픔은 세월호의 슬픔이며 우리 모두의 슬픔입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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