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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자도 초대받아야 할 교황 방한[기고 - 백남해]

   
▲ 백남해 신부
글 한 줄 쓰기가 무섭습니다. 세상이 뒤숭숭하다보니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유언비어를 잡겠다고 수사기관들 눈이 시퍼렇게 번뜩이니 더욱 무섭습니다. 무엇이 유언비어고 무엇이 진실인지 뒤죽박죽입니다. 유언비어가 넘친다는 것은 그만큼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왜곡이 심하다는 반증입니다.

유언비어가 솔깃한 것은, 짐작컨대 그럴 수도 있다는 동조 심리가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즉,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말이라도, 평소 정부가 하는 ‘행우지’(행위)로 미루어 볼 때 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유언비어는 분명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을 유언비어로 매도하는 행위는 더욱 나쁜 짓입니다.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 신부님의 시국미사 강론 이후 교회 내에 묘한 기류가 생겼습니다. 남북통일이나 북녘 동포 돕기에 대한 의견조차 ‘좌빨’(좌익빨갱이)들의 선동질 정도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그러다보니 통일이나 북녘 동포 지원 같은 말을 꺼내기가 무척 곤혹스럽습니다. 이런 이유로 통일이나 민족화해에 관한 글을 쓰려다보면 자기검열 기제가 작동합니다. “혹시 자칫 내가 북을 이롭게 하는 글을 쓰지는 않는가? 혹시 이 글이 ‘좌빨’로 오해 받지 않을까?” 하는 것들입니다. 글 한 줄 쓰기가 점점 무서워집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까 싶습니다. 이번 교황님 방한 때에 북측 신자들을 초청하자는 말을 꺼내려니 쉽지가 않습니다. 사실 시골 한구석에 묻혀 사는 별로 똑똑치 않은 신부가 내뱉기에는 좀 무게가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 방한하신다고 결정되었을 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이미 검토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론이나 교회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기 때문에 제안합니다. 이번 교황 방한 때 북측 신자들을 초청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교황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여러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측의 정치적 선전 놀음에 놀아 날 수 있다든지, 신자도 아닌 사람들이 신자로 가장하거나, 또는 세례는 받았으되 신앙생활도 하지 않는 ‘나이롱’ 신자들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하심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한 개인의 신앙을 우리가 어떻게 임의로 판단한단 말입니까? 주일미사 참례 횟수와 헌금의 크기로 판단하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염려일랑 접어두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섭리하심을 믿고 맡기도록 합시다.

이 일은 교회의 결정만으로 실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가 승인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야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남북관계는 모두가 알다시피 엉망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가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꼬인 관계를 푸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통일에 대한 의지가 말뿐이라면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청에서 직접 북측 신자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교황청의 결정에 따라 한국 내 교황 대사가 하시든지, 아니면 교황청까지 보고할 것도 없이 교황 대사께서 결단을 내리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지금 여기, 우리 민족에게 중대한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통일과 화해의 은총 속에 살 것인가, 미움으로 영원히 갈라져 살 것인가. 마음을 열고 하느님의 은총을 구합시다.


백남해 신부 (요한 보스코)
마산교구, 진주 지역자활센터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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