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서 가슴으로 읽는 <복음의 기쁨>…박동호 신부 첫 번째 강의

‘머리에서 가슴으로 읽는 <복음의 기쁨>’ 강좌가 25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시작되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와 우리신학연구소,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강좌에서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네는 희망 메시지’라는 주제로 <복음의 기쁨>에 대한 총론에 해당되는 강의를 했다.

박동호 신부는 <복음의 기쁨>을 “긴장을 풀고” 읽어보라고 권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당신이 벗’으로 대화에 초대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 교황 권고는 학술적, 신학적, 객관적이기보다 교황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문헌이라고 전했다.

▲ 박동호 신부
먼저 ‘복음의 기쁨’이란 제목을 ‘복음은 참 기쁘다’ 또는 ‘기쁨 가운데 참 기쁨’이라는 최상급으로 읽어도 좋다고 풀이했다. 또 박 신부는 <복음의 기쁨>이 교회의 본성을 밝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의 ‘교회 안으로’의 방향과, 교회의 사명을 다룬 <사목헌장>의 ‘교회 밖으로’의 방향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복음이라는 원천에서 복음화의 사명이라는 물을 길어 ‘쇄신과 적응’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복음화의 길’ 제시…
‘자기 보존의 길’은 불의한 정권의 공범이라는 지탄 받을 수 있어

박 신부는 교황이 강조하는 ‘복음화의 길’은 “교회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예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맡긴 사명”이라며, 교황은 자기 안위에 매달리는 교회보다 “거리로 나섰기 때문에 다치고, 상처 입고 더러워진 교회를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

‘자기 보존의 길’은 “역사의 진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대신 썩어가고 있는 데도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라며, 이런 교회는 “견딜 수 없는 불의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속시키는 정권에 대해 수동적이라거나, 무저항적이라거나, 관대하다거나, 혹은 공범이라는 지탄을 받는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복음화’를 인구 대비 천주교 신자의 비율인 ‘복음화율’로만 이해하는 한국 교회의 관행을 박 신부는 비판했다. “그러는 사이에 복음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현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런 태도 때문에 교회와 신자의 숫자는 폭등했으나 우리의 삶과 사회는 그만큼 밝아지지 못하고 “기쁨과 희망 대신에 슬픔과 고뇌가 짓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복음을 전하는 하느님 백성 전체로서의 교회’는 “교회의 모든 활동,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이 ‘복음적 가치’인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가정, 정치, 경제 등 세상 곳곳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먼저 ‘교회의 환골탈태’를 요청하고 있다고 박 신부는 설명했다. 현재 교회는 생명력과 열정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라며 “교회의 사명을 외면한 채 ‘안주’와 ‘관리’에만 몰두할 때, 교회는 그 자체가 목적인 양 교회를 그럭저럭 유지하고 관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런 교회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박동호 신부는 ‘복음화의 길’에 나서야 할 교회의 사목 활동가들이 ‘개인의 자유와 휴식에 기울이는 지나친 관심’을 교황이 비판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경제적 안정에 매달리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이나 인간적인 명예를 얻으려는 생활방식”에 빠진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교황은 ‘교회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회색 실용주의’라면서, 이런 태도를 교황은 ‘무덤의 심리학’, ‘박물관의 미라’, ‘영성의 사막화’, ‘영적 세속화’ 등의 강렬한 언어로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동호 신부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소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듯이 문서를 작성했으며, 복음에 대한 교황의 진정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 /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사회 불평등 원인 밝히는 일은 사회정치적 애덕
“종교는 천국을 위해 영혼 준비시키려고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박동호 신부는 교황이 사목자들의 임무를 ‘교회 안에 가두지 마라’고 권고한다면서, “교회의 목자들은 백성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교황은 “종교는 오직 천국을 위해 영혼을 준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면서 “그리스도교적 전환은 사회질서와 공동선 추구와 관련된 생활의 모든 영역과 요소들을 특별히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교황은 특별히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 문제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임을 밝혔는데, 박 신부는 교황이 시장과 금융의 무한자율에 바탕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제의 경제와 돈의 우상화를 낳는 현실에 대한 교황의 비판을 거론하며, 박동호 신부는 자살률 1위, 고령화율 1위, 출산율 최저의 나라가 된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본래의 임무인 세상의 복음화를 외면한 것이 아닌지” 물었다.

이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시혜적 조치를 넘어서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교리의 ‘사회적 · 정치적 애덕’이라고 확인했다. 덧붙여 가난한 이들과 사회정의의 문제 역시 ‘신학의 범주’에 속한다면서, 교황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호소한 이유를 밝혔다. 교황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서 자기 창립자의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습을 알아보고, 그들의 궁핍을 덜어주도록 노력하며, 그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섬기고자 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언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복음의 기쁨>, 복음에 대한 신뢰와 희망 배어 있어
독자를 ‘벗’이라 부르는 교황…‘교종’이라 불러야 합당하다

▲ 복음의 기쁨, 교황 프란치스코, 천주교중앙협의회, 2014
마지막으로 박동호 신부는 교황이 교회 제도와 사목, 생활 모두 “철저하게 복음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복음의 기쁨>에서는 복음에 대한 깊은 신뢰와 희망이 배어 있으며, 이러한 교황의 태도는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철저한 사랑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한지 50년이 되도록 그 문헌조차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한국 천주교를 비판하며, 기존 교회에 대한 교황의 ‘도전’과 ‘거대한 전환’에 대한 요청을 되새겼다. 아울러 <복음의 기쁨>의 독자를 ‘벗’으로 여기는 교황에 “공식 용어로 사용하는 ‘교황’ 대신에 ‘교종’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읽는 <복음의 기쁨>’ 강좌는 5월 2일 오후 7시 30분에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이어진다. 이날은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주제로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가 강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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