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 시성식 거행

▲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 오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youtube.com/vatican)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두 전임 교황이 동시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이날 시성식에는 전세계에서 찾아온 80만 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맞이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시성식에 참석해 오랜만에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성인품에 오른 두 교황과 전임 교황, 현 교황까지 네 명의 교황이 한 자리에 모인 시성식이었다.

시성식은 이날 부활 제2주일 교중미사 중 말씀 전례에 앞서 열렸다. 미사는 성인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성인호칭기도로 시작했다.

시성식의 첫 순서로 사제들이 교황에게 두 교황을 성인품에 오르게 해달라는 청원을 세 번 반복했다. 교황은 시성문을 낭독하고 “복자를 성인으로 인정하고 확정하여 성인의 반열에 올리고, 온 교회가 경건한 신심으로 이분들을 성인으로 공경하도록 결정합니다”라고 사제들의 청원에 답했다.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성인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두 성인의 유해가 담긴 유해함이 제대 옆에 모셔졌다.

이어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이 교황에게 시성에 관한 교황 교서의 선언을 청했고, 교황은 “선언합니다”라고 온 세상에 두 전임 교황이 성인이 되었음을 알렸다.

▲ 시성식이 거행되는 가운데 성인품에 오르는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초상화가 성 베드로 대성전에 걸려 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youtube.com/vatican)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두 성인을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복음에서 예수의 상처를 직접 보고서야 부활을 믿게 된 토마스를 언급하며, “두 성인께서는 예수님의 상처를 바라보고 그분의 꿰뚫린 상처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는 용기를 가진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황은 “단순함과 형제적 사랑 안에서 사랑과 자비를 살아가는 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염원하던 교회의 모습”이라고 강조하면서,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회가 원래의 모습에 따라 재건되고 쇄신되도록 성령과 협력하셨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성 요한 23세를 “눈부시도록 마음이 열려있는 교황”으로, 성 요한 바오로 2세를 “가정의 교황”으로 칭했다. 이어 “두 분 성인 교황님께서 교회를 위해 기도하시어, 2년의 시노드 기간 동안 교회가 가정을 섬기는데 도와주시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성 요한 23세와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을 공식 승인했다.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은 시성을 발표하면서 “두 교황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봉사하고, 변화의 시대에 교회 안팎에서 온전히 복음 선포에 헌신하고, 세상에 희망과 빛을 전했다”고 밝혔다.

성 요한 23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한 공로가 크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판단에 따라 2000년 시복 이후 기적 심사 없이 성인품에 오르게 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전구로 두 명의 여성이 치유된 것을 기적으로 인정받아 성인 추대 요건을 갖췄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011년 시복됐다.

▲ 전세계에서 찾아온 80만 명의 신자들이 27일 오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교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식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youtube.com/vatican)

해외 언론들 “다양한 세력 하나로 모으기 위한 의도” 분석

한편, 해외 언론들은 교회 개혁에 상반된 입장을 가졌던 두 전임 교황을 동시에 시성한 것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개혁 운동을 이끌었던 요한 23세와 개혁에 제동을 걸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동시에 시성함으로써 향후 그가 받을 수 있는 비판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교회 내 다양한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번 시성에 대해 “각각 교회의 보수와 진보 세력의 아이콘인 두 교황을 함께 시성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양측을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가정 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는 이혼, 피임, 동성애 등 교회가 직면한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성식을 앞두고 교황청 관계자들은 평론가들의 이러한 분석을 일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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