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부활 대축일을 맞아 전국에서 엠마오 순례단이 21일부터 22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밀양을 찾았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관한 이번 순례단 모집에는 전국에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밀양 현장에서 수용 인원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참가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350여 명의 엠마오 순례단은 부북면 위양마을 장동 움막에서 출발하여 굽이굽이 산길을 걸어서 올라 129번과 127번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밀양 765㎸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127번 농성장을 지키던 덕촌 할매와 현풍 할매는 엠마오 순례단을 맞아 큰 절을 올렸습니다. 덕촌 할매는 순례단에게 감사의 인사 말씀을 하시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어떻게든 이 땅을 지키고 말겠습니다. 이 늙은이를 살려주세요”라며 다시 큰 절을 올리고 하염없이 우셨습니다.

덕촌 할매의 울음은 흐느낌으로 변했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엠마오 순례단으로 참석한 사제들과 수도자들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127번 현장은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오랜 싸움을 통해서 영혼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는 이 할매들을 치유하는 유일한 힘은 우리 모두의 연대뿐임을 새삼 인식하게 됩니다.

엠마오 순례단은 21일 저녁에는 129번 현장에서 밤늦도록 아름다운 전례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과 순례의 의미를 되새겼으며, 22일 오전에는 상동면 고답마을의 115번 현장에서 밀양 주민들과 함께 봉헌한 파견미사를 통해 1박2일 간의 엠마오 순례를 갈무리하였습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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