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장애 · 비장애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동GO동樂’ 시작

▲ 다지고, 썰고, 굽고……. 조별 햄버거 만들기가 한창이다. ⓒ정현진 기자

“자, 각 테이블에 빵, 고기 패티, 야채, 토마토 다 있죠?”
“야채는 씻어서 다듬고 양파와 피클은 다지고요, 고기 패티는 이 그릴에 구워서 가져가세요~”

19일 오전 11시. 안양시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 지하 강당에 유쾌한 목소리가 울린다.

수원교구 청소년국 대건청소년회(국장 함상혁 신부)와 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함께 마련한 장애 · 비장애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동GO동樂’(이하 동고동락) 첫 시간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고동락’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봉사활동 체험과 교육 기회를 마련해온 대건청소년회가 비장애 청소년들이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주고자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 2월부터 중학교 3학년부터 24세 미만의 비장애 청소년을 모집했고, 선발 면접을 거쳐 20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봉사자들은 장애체험과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받고 지난 19일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 각자 역할을 해나가는 사이 햄버거는 모양을 갖추고, 어색함은 사라진다. ⓒ정현진 기자

대건청소년회 사무국 박정선 씨는 “이 프로그램을 공지한 후, 많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신청했다는 것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면서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장애인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동고동락은 장애청소년 1명과 비장애청소년 2명이 한 조를 이뤄 활동한다. 참여하는 장애청소년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함께 짝을 이룬 비장애청소년들은 동생들인 셈이다.

3명씩 한 조를 이뤄 두 조가 함께 햄버거를 만드는 시간. 피클과 양파 다지기, 패티에 소스 바르기 등을 시도하는 장애청소년들의 손길이 웬만한 성인 여성보다도 꼼꼼하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는 한 장애청소년은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복지관 곽아롬 교사는 첫 시간인데도 분위기가 무척 좋은 편이라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종교를 가진 이들이 빨리 마음을 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고동락’은 1995년부터 수원교구와 함께 진행한 장애인인식개선프로그램으로부터 이어졌다. 작년부터 시작된 ‘동고동락’은 4인 가족과 장애청소년 1명을 연결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올해는 그 형태를 바꿔서 진행하게 됐다.

복지관 곽아롬 교사는 “동고동락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은 장애인에 대한 일방적 도움이나 봉사보다는 인식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전환해 ‘다름’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들은 늘 다른 이들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기회가 없을 뿐”이라면서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 머리에 꽃을 꽃고, 김치~ ⓒ정현진 기자

▲ 장애 · 비장애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동GO동樂’ 참가자들이 조별 셀카 미션을 함께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프로그램을 마친 후, 비장애 청소년들은 따로 남아 평가를 진행했다.

첫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을 묻자 “다들 너무 잘 생겼어요”, “저희 말을 잘 들어줘요”, “적극적이고 오히려 우리를 도와줘요”라고 답한다. 또 자폐 성향을 가진 장애청소년들이 특정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가 뭘 잘못해서 싫어하는 걸까요”라는 우려 섞인 질문이 나오자, 교사들은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이며, 언어적 표현보다는 신체적 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민혁 학생은 “곧 시험이 시작되지만 소모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장애를 갖고 계셔서 많이 배우고 싶었다”면서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보살핌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주보를 보고 찾아왔다는 수원교구 인계동본당 이진우 학생은 작년에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학생 신분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경험해볼 기회가 별로 없다. 공부가 걱정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유진 씨는 “복지사로 일하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는데, 기관에서는 주로 서류 작업이나 청소 등을 하게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장애인은 우리 이웃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따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더 모르게 되고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교구와 종교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고동락’은 앞으로 매달 한 번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오는 5월 10일에는 양평으로 자연 체험을 나서 화전 만들기와 딸기잼 만들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7월에는 비장애청소년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한 교육과 체험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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