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을 위한 미사 강론 전문

우선 이번 여객선 사고로 인하여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구하며, 생존자 및 모든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기도합니다.

“주님,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생존자 및 모든 가족, 친지, 관계자들에게 위로와 평화와 희망을 주소서!”

우리는 지난 수요일, 그것도 성주간 수요일 아침에 인천항을 출발하여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안타까운 마음을 어쩔 줄 모르면서 지켜보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번 대형 인명사고를 보면서, 우리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죽음의 문화를 다시 한 번 더 통감하게 됩니다. 물질 만능주의, 금전제일주의, 생명경시풍조, 무사안일주의, 사랑과 희생이 사라진 개인주의, 책임 회피 등등. 우리 사회가,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되어 가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이번 사고는 분명히 인재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인재가 아닌 총체적 인재입니다. 사고 전 상황, 사고 당시, 사고 이후, 지금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 같은 부실 투성이라는 것을 다시금 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더욱 더 안타깝고, 가슴 쓰라리며, 화가 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고자 가족 대표가 절규하면서 외쳤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까?” 이 외침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들고, 함께 동감하며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듭니다.

▲ 수원교구가 23일 오후 안산 와동일치의모후성당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한수진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게 했습니다. 우리 국가가, 기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어린 생명들을 인생의 꽃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습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로 미안합니다. 얘들아, 미안하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이유 없이 죽어간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베들레헴의 어린 아이들처럼 죽음의 수난에 동참했습니다. 바로 성주간 수요일에 사고를 당했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 전후에 죽음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요한 11,25)

우리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내 4개 본당(와동일치의모후성당, 선부동성가정성당, 원곡성당, 고잔성당)에 단원고등학교 2학년 신자들, 또 부모나 가족이 신자인 학생들을 포함해 25명이 이번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중에서 구조된 인원은 서너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이미 사망했거나 실종 상태입니다.

희생된 이들과 가족들은 믿음 안에서 부활의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왔습니다. 주님의 수난 시기에, 주님의 죽음에 동참한 이들은 분명히 부활하신 주님과 이미 천당에서 영원한 생명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또한 ‘아담을 통해 죽음이 이 땅에 온 것처럼,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이 다시 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게 되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바라십니다’라고 하신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 안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 중에서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모두 함께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그들도 모두 주님께서 당신의 모습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또 분명히 주님께서는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주님께서 당신의 수난 공로와 부활 승리로써 희생자들을 거두어 주실 것을 믿고 맡겨드립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우리들도 부활 신앙 안에서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많은 슬픔 속에 잠겨 있는 가족들을 사랑의 손길로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의무요,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산 1지구 4개 본당이 큰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기도하시면서, 무엇보다도 사고 수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신 4개 본당의 신부님, 회장님, 교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잘 마무리될 때까지, 그리고 치유될 때까지 본당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사고 이후 우리 수원교구는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모든 교구민들과 함께, 특별히 안산대리구를 중심으로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위해서는 물론, 슬픔과 실의에 잠겨있는 유가족, 생존자와 그 가족 등 모든 분들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자녀로, 한 믿음 안의 형제자매로서 형제적 사랑으로 계속 함께해 주실 것을 특별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한철 신부 (율리아노)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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