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 신부가 쓴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출간
이른 아침 농장에 나가 이슬을 머금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가축으로 키우는 돼지에게 먹일 밥을 챙긴다. 짬이 생기는 날에는 동네 어르신 신자들을 불러다 직접 손으로 뜬 수제비를 대접한다. 전북 진안 산골에서 농촌 사목을 하는 최종수 신부(전주교구 사회사목국 농촌 사목 전담)의 일상이다.
최근 출간된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이지출판)에서 최 신부는 자신이 농촌을 선택하기까지의 여정과 현재의 흙냄새 나는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는 지금 자급자족의 삶을 살기 위해 청국장과 메주를 띄울 황토방을 짓고 있습니다. 농사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김장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황토방 공사가 없는 주일 오후에라도 모종 심을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일도 쉴 수 없는 농민의 삶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 신부는 오랜 고민 끝에 농촌 사목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1996년 사제서품 당시 선택한 성경 말씀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이사야 61:1)는 말씀은 농촌에서 나고 자란 최 신부를 농민의 삶으로 이끌었다.
그는 농촌에서 멀어져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 농촌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보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농촌이 우리에게 무엇을 베풀고 있는지 자연스레 알 게 될 거라고 말한다.
책에는 최 신부가 농촌으로 가기 전 경험한 남미에서의 해외 공동체 연수와 캐나다 피터보로 한인성당에서의 사목 활동 일기도 비중 있게 실려 있다. 낯선 곳에서도 부침개를 부쳐 이웃과 나누는 최 신부의 모습에서 ‘농민의 벗’이 되기로 결심한 그의 마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가 드러난다.소박하고 유쾌한 농촌 생활을 그대로 담은 사진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빨간 고추 두 개를 콧수염처럼 달고 해맑게 웃는 최 신부의 사진에서 그가 누리고 있는 은총의 기쁨이 전해진다. 다만, 일기 형식의 글을 주제별로 엮었는데, 시간과 장소가 나와 있지 않아 최 신부의 여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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