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 신부가 쓴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출간

이른 아침 농장에 나가 이슬을 머금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가축으로 키우는 돼지에게 먹일 밥을 챙긴다. 짬이 생기는 날에는 동네 어르신 신자들을 불러다 직접 손으로 뜬 수제비를 대접한다. 전북 진안 산골에서 농촌 사목을 하는 최종수 신부(전주교구 사회사목국 농촌 사목 전담)의 일상이다.

최근 출간된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이지출판)에서 최 신부는 자신이 농촌을 선택하기까지의 여정과 현재의 흙냄새 나는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 전북 진안에 위치한 만나생태마을에서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최종수 신부 (사진 제공 / 이지북스)

“저는 지금 자급자족의 삶을 살기 위해 청국장과 메주를 띄울 황토방을 짓고 있습니다. 농사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김장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황토방 공사가 없는 주일 오후에라도 모종 심을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일도 쉴 수 없는 농민의 삶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 신부는 오랜 고민 끝에 농촌 사목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1996년 사제서품 당시 선택한 성경 말씀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이사야 61:1)는 말씀은 농촌에서 나고 자란 최 신부를 농민의 삶으로 이끌었다.

그는 농촌에서 멀어져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 농촌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보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농촌이 우리에게 무엇을 베풀고 있는지 자연스레 알 게 될 거라고 말한다.

 
책에는 최 신부가 농촌으로 가기 전 경험한 남미에서의 해외 공동체 연수와 캐나다 피터보로 한인성당에서의 사목 활동 일기도 비중 있게 실려 있다. 낯선 곳에서도 부침개를 부쳐 이웃과 나누는 최 신부의 모습에서 ‘농민의 벗’이 되기로 결심한 그의 마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가 드러난다.

소박하고 유쾌한 농촌 생활을 그대로 담은 사진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빨간 고추 두 개를 콧수염처럼 달고 해맑게 웃는 최 신부의 사진에서 그가 누리고 있는 은총의 기쁨이 전해진다. 다만, 일기 형식의 글을 주제별로 엮었는데, 시간과 장소가 나와 있지 않아 최 신부의 여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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