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을 맞이하며 지금여기에서 독자에게

▲ 창립 5주년 기념 기금마련 이철수 판화전에서. 왼쪽부터 한상봉 편집국장, 이철수 화백, 김원호 이사장, 유선근 운영위원장 ⓒ문양효숙 기자

인터넷신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창립된 지 만 5년이 되었습니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되묻습니다. 그동안 교회는 좀 더 아름다운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는지, 세상은 그동안 좀 더 살 만해졌는지 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 교회 안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 열풍이 불어왔습니다. 교회 밖에서도 다투어 교황의 언행을 보도했습니다.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신 선물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가톨릭교회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잊어버렸던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황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기 위해 먼저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아직 교회는 예수님만큼 충분히 가난하지 않으며, 주님을 배신했던 베드로처럼 충분히 회심하지도 않았으며, 프란치스코처럼 충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유다의 전대를 아직도 차고 있는 교회를 바라보며,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분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성령 안에 머물기로 작심한다면 불가능한 게 없을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담대하게, 큰소리로, 언제 어디서나, 또한 시류를 거슬러, 복음의 새로움을 선포할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계언론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을 ‘교회언론’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가톨릭교회의 소식만 전하는 매체로 남기를 저희는 바라지 않습니다. 50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요한 23세 교황께서 세상의 참신한 바람을 교회 안에 불어넣었듯이, 세상의 가장 반듯한 음성이 저희 매체를 통해 교회 안에 울리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비신자와 심지어 무신론자의 음성마저도 우리는 들어야 합니다. 이웃종교에서도 배우고, 조상의 숨결에서도 익힐 것이 있습니다.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라고 버트런드 러셀이 말했습니다. 그는 신앙인이 아니었지만, 복음을 고스란히 제 입술에 담을 줄 알았습니다.

성령께서는 경계 없이 모든 아름다운 영혼들을 모아들이십니다. 한없는 사랑이시고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 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우리는 교회를 쇄신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편으로 무한경쟁으로 돌입한 세계에서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교회는 충분히 정의로운지, 교회는 충분히 자비로운지 묻습니다. 사랑에 제한이 없듯이, 교회는 여전히 완성을 위해 걸어가는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믿습니다. 세상뿐 아니라 교회 역시 항상 복음의 빛으로 자신을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좀 불편하게 느끼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교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희 언론은 오로지 복음 안에서만 기뻐하려고 합니다. 교도권과 일치하여, 때로는 교도권을 넘어서는 복음 안에서 우리는 공정한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질책이 필요합니다. 교회 전통을 소중히 하면서도 새로운 전통을 열어나가는 언론, 주교와 사제와 수도자들이 평신도들과 동반하는 언론, 세상과 교회 사이에 소통의 창문을 여는 언론, 따뜻하면서 올바른 언론문화를 이루는데 기여하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5주년을 맞이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4년 4월

발행인/ 김원호 ● 편집인/ 한상봉 ● 운영위원장/ 유선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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