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 강론 전문

▲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왼쪽)가 강정마을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마리아 막달레나는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부터 무덤을 찾았습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어 마리아는 놀랐고, 달려서 베드로와 요한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은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마리아도 달렸고, 두 제자들도 달렸습니다. 무덤이 비었다는 사실은 그들 모두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과 환희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덤은 이 달음질을 불러왔습니다.

무덤은 사람을 죽음의 올가미에 가두는 장소입니다. 예루살렘의 유다인 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를 국가 사범으로 단정하고 반란죄를 적용하여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예수를 죽임으로써 그를 따르는 추종세력을 한꺼번에 와해시키고 체제에 저항적인 세력에 치명타를 입혀서 반정부적 모든 세력을 일거에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돌무덤에 예수를 매장하고 큰 돌로 입구를 막은 것은 혹시라도 다시 고개를 들지도 모를 후환을 근절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무덤은 예수님의 시체만이 아니라, 그분의 가르침과 기억과 영향력 모든 걸 다 땅에 묻어버리기 위한 최종적인 쐐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무덤 입구의 바위덩어리가 굴러가고 없었지요.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예수의 시신은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예수를 미워하고 저주하고 박해하던 모든 세력의 모략과 음모와 폭력이 다 무위로 돌아갔음을 의미합니다.

이 엄청난 사건을 접하고 제자들은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가 저절로 뜀박질을 시작했습니다. 돌무덤은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를 가리지도 가두지도 못했습니다. 바윗덩어리로 막고 자물쇠로 봉하고 경비를 세워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입김, 하느님의 영은 한 순간에 이 모든 장애물을 날려 보내실 수 있는 것입니다.

구럼비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 골고타입니다. 그동안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도들이 이곳 구럼비에서 군대와 무력으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고 오직 국경과 이념과 민족을 초월하여 모두를 형제로 끌어안는 사랑과 생명에 대한 존중만이 참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외치고, 고백하고, 선언했습니다.

이 외침과 고백과 선언을 당국에서는 펜스로 가리고 콘크리트로 메꾸고 재판으로 침묵시키며 무덤 속에 가두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콘크리트 철근도, 드높은 펜스도, 교도소의 철장도, 하느님이 불기 시작하신 평화의 입김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곳에 거대한 콘크리트 기지가 건설된다 하여도 구럼비를 향한 평화의 사도들의 달음질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