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에서 강우일 주교 주례로 부활절 미사

▲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운데)가 강정마을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해군기지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 미사 천막에서 20일 오전 11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구럼비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 골고타”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예루살렘의 유다인 지도자들과 로마 총독 빌라도가 예수를 국가 사범으로 단정하고 사형을 집행한 것은 예수를 죽임으로 그의 추종세력을 한꺼번에 와해시키고 저항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려 한 것”이라면서 “예수를 매장한 뒤 큰 돌로 입구를 막은 것은 혹시라도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를 후환을 근절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무덤은 예수님의 시체만이 아니라, 그분의 가르침과 기억과 영향력 모든 걸 다 땅에 묻어버리기 위한 최종적인 쐐기였다”고 강조했다.

▲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강정마을 미사 천막에서 20일 오전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문양효숙 기자

이어 강 주교는 “무덤 입구의 바위 덩어리가 굴러가고 예수의 시신이 없어진 것은 예수를 박해하던 세력의 모략과 폭력이 다 무위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며 “구럼비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울려 퍼진 골고타”라고 말했다.

“그동안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도들이 이곳 구럼비에서 군대와 무력으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고, 모두를 형제로 끌어안는 사랑과 생명에 대한 존중만이 참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외치고 고백하고 선언했습니다. 당국은 이런 외침과 고백을 펜스로 가리고 콘크리트로 메꾸며 재판으로 침묵시켜 무덤 속에 가두려고 했지만, 그 어떤 콘크리트, 철근도, 높은 펜스도 하느님이 불기 시작하신 평화의 입김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미사 말미에 강우일 주교는 전날 서귀복자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강정마을 주민 김미량 씨를 앞으로 불러 주민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위로하고 신앙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축하했다. 미사가 끝난 후, 강우일 주교와 사제, 수도자, 신자, 강정마을 지킴이들은 함께 식사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 제주 강정마을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가 봉헌된 20일 오전, 사제와 지킴이들이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 앉아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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