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세월호 침몰사건' 사흘째인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이 아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목놓아 이름을 부르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2014 부활

- 박춘식

~ 엄마 너무 추워 배고파
~ 깜깜해 아빠 지금 몇 시야
~ 첫 시간 뭐지 친구야
파도 위로 흐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육지로 올라온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성당
사제는 두 팔을 벌려, 주님께서―
말을 잇지 못하고 제단을 마구 친다
알렐루야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천십사 년 한반도 눈물의 부활
바닷가에서 돌아온 엄마는
아이의 교과서를 몽땅 꺼내어
지도에 모든 바다를 눈물로 지운다
박박박 지워버린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4월 21일)

세월호 참사(원인, 대처, 결과)는 COREA가 총목록(總目錄)으로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널리 보여준 사건! 이러한 후진국에 예수님의 부활 의미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물가물합니다. 이렇게 가물가물 부활대축일이 나타났고, 수학여행이 해저여행으로 둔갑……. 어린 영혼들을 위하여, 그 아이들의 엄마를 위하여 무슨 기도를 바쳐야 하는지. 눈앞이 가물가물 울대가 뜨거워집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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