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 일간지에 낸 광고에 대하여 2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제주지부는 3월 12일자 <제주일보> 광고에서 교회법 제215조, 제932조 1항을 언급하였다. 일간지에서까지 교회법 조문을 보는 순간, 교회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기쁘기도(?) 했지만, 교회법이 교회를 폄훼하기 위해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섭섭하기도 하였다.

교회법 제215조 :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애덕이나 신심의 목적 또는 세속에서 그리스도교적 소명을 촉진하기 위한 단체들을 임의로 결성하고 운영하며 그 목적을 공동으로 추구하기 위한 집회를 가질 자유가 있다.

교회법 제932조 : ① 성찬 거행은 거룩한 장소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다만 달리할 필요가 있는 개별적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나 그런 경우에도 단정한 곳에서 거행되어야 한다.

먼저 교회법 제932조 1항에 대해서는 2014년 2월 2일 제주교구 주보 4면(교회법 상식 7 : 성찬의 거행과 장소)에서 이미 다루었다. 즉 교회가 “달리할 필요가 있는 개별적인 경우에는” 어떠한 장소라도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개별적인 경우”를 최종 판단하는 유권적 해석은 교구장님의 권한이다. 이미 많은 주교님들께서 미사를 한 강정마을에 대해, ‘대수천’이라는 일개 단체에서 옳지 않은 장소라고 유권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누가 주었는가? 이를 일간지에 광고까지 했다는 사실은 교회법학자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제주지부가 지난달 3일자 <제민일보>에 실은 광고.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겨냥해 “강정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미사 그만하시고, 갈등으로 교회를 떠나는 양들을 찾아다니는 착한 목자로 돌아와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교회법 제215조는 평신도들이 자신의 직업 혹은 정치적 견해에 반대되는 교회의 가르침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정된 법조문이 아니다. 이 법이 제정된 법의 정신은 하느님 백성이 세상 안에서 복음정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법의 정신은 대수천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의 원천은 <사목 헌장> 68항, <사제생활교령> 8항, <평신도교령> 18~21항, 요한 23세의 <지상의 평화>, 비오 11세가 <노동헌장> 반포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회칙 <사십주년>이다.

교회법 제215조의 법의 원천을 종합하면 단체 결성과 집회 · 결사의 자유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애덕 실천의 목적과 평신도 · 수도자 · 성직자들의 신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과, 세속에서 그리스도교적 소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세속에서 그리스도교적 소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란, <지상의 평화>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군비축소와 평화증진을 위한 단체의 결성과 국제적인 단체들 간의 연대성, 집회의 자유를 의미한다. 또한 <사십주년>에서 말하는 인간의 기본권인 단체 결성과 집회의 자유를 통해 인간의 기본권을 가진 노동자들이 보복의 위험 없이 단체 활동에 자유로이 참여할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68항에서 “파업은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의 고유한 권리를 수호하고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최후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쌍용차 파업으로 대한민국 법원은 막대한 벌금을 노동자들에게 물리고 있는데, 공의회는 이러한 상황을 인간의 기본권을 파괴하는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들을 위한 단체 결성과 집회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회법 제215조의 단체 결성과 집회 · 결사의 자유는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단체의 결성과 집회 · 결사의 자유가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을 세상에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심 고양을 위한 단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단체, 군비축소와 평화건설을 위한 단체, 노동자들에 대한 기본권 보장 등과 관련된 단체의 임의 결성과 그 목적을 공동으로 추구하기 위한 집회의 자유를 교회법에서 제정한 것이다.


현문권 신부
(토마스 아퀴나스)
제주교구 신제주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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