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 일간지에 낸 광고에 대하여 1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대수천) 제주지부가 지난달 <제민일보>와 <제주일보> 등에 게재한 광고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 현장 미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제주교구 주보에 ‘교회법 상식’ 연재를 이어가고 있던 현문권 신부가 대수천 제주지부 광고 내용을 반박하는 글을 써 4월 6일자, 13일자 주보에 실었다. 필자 현문권 신부의 양해 하에 두 차례에 나누어 이 글의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제주지부는 지난 3월 12일자 <제주일보>에, 필자가 보기에는 제주교구 가톨릭교회와 교회의 가르침을 폄훼하는 광고를 게재하였다. 광고에 나온 글을 그대로 인용하고자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 제37항 ‘교계와 평신도의 관계’
“(평신도들은) 자기들이 필요와 소원을 목자들에게 표명하여야 한다. 평신도들은 그들이 갖춘 지식, 능력과 덕망에 따라 교회의 선익에 관련되는 일에 대하여 자기 견해를 밝힐 권한이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럴 의무까지도 지닌다. 그럴 경우에는 교회가 그 목적으로 설립한 기구들을 통하여 언제나 솔직하고 대담하고 지혜롭게 자기 의견을 밝혀야 하며, 거룩한 임무의 수행에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지녀야 한다. (중략)

(목자들은) 기꺼이 그들의 현명한 의견을 참작하고, 신뢰로서 그들에게 교회에 봉사하는 직무를 맡기며, 행동의 자유와 여유를 남겨 주고,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도록 그들을 격려하여야 한다. 그들이 제기하는 계획과 요청과 열망에 사랑으로 관심을 기울여 그리스도 안에서 이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

이 광고를 통해 대수천은 자신들의 견해를 밝힐 권한과 의무, 그리고 그것을 교회가 받아들여야 된다는 당위성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수천의 견해가 교회의 가르침에 반대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중략된 부분이다. 중략된 <교회 헌장> 제37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평신도들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시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의 복된 길을 모든 사람에게 열어 주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거룩한 목자들이 스승과 지도자로서 교회 안에서 결정하는 것들을 그리스도인의 순종으로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지도자들은 우리 영혼들에 대한 셈을 치러야 할 사람으로서 우리를 돌보는 것이므로, 그들이 탄식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하도록(히브 13,17 참조), 자기 지도자들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기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 지난 2월 3일,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가 열린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입구에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회원 50여 명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정현진 기자

교구의 목자로서 교구장님과 주교회의 산하 교회 공식 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는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성서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역대 교황의 가르침을 통해 교회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였다. 이에 대한 신자들의 “종교적 순종”에 대해서는 (앞서 제주교구 주보에 실린) 교회법 상식 3 · 4에서 이미 다루었다(교회법 제753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수천 회원들은 순명보다는, 세속생활에서 자신의 직업상의 입장 혹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과 상반된다면 교회의 가르침을 불편하게 여길 뿐 아니라 그 가르침이 틀렸다고 포장하여 신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룩한 교회의 가르침을 편집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그것도 일간지 광고에 게재하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평신도들에게는 세속 국가의 사물에서 모든 국민에게 속하는 자유를 그들도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를 사용하는 때 자기의 행위가 복음 정신으로 젖도록 힘쓰고 교회의 교도권에 의하여 제시된 가르침에 유의하며 또 의견이 분분한 문제에 대하여 자기의 의견을 교회의 가르침처럼 제시하지 아니하도록 조심해야”(교회법 제227조)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평신도들이 갖춘 지식, 능력, 덕망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밝히더라도, 거룩한 목자들이 스승과 지도자로서 교회의 가르침에 반대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대수천 회원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탄식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하도록(히브 13,17 참조), 자기 지도자들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기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교회 헌장> 37항).


현문권 신부 (토마스 아퀴나스)
제주교구 신제주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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