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주교 농부학교 귀농현장 탐방을 다녀와서

사진 제공 / 맹주형

얼마 전 멀리 남도 천관산 자락에 있는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천관산 분회에 다녀왔습니다. 서울대교구 귀농학교인 ‘천주교 농부학교’ 학생들의 귀농현장 탐방이었습니다. 가톨릭농민회 천관산 분회 김창화 농민 부부 매실 농장에는 매화꽃이 만개를 앞두고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었죠. 서울서 농부학교 학생들 온다는 소식에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이영선 신부님은 광주서부터 차로 1시간 반 되는 거리를 자전거 타고 오셨습니다. 기름 쓰고 환경 파괴하는 자동차의 폭력적인 모습이 싫다고 아예 운전면허도 없는 친환경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은 강론 때 저희에게 좋은 음식을 먹으라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좋은 일을 하면서 나쁜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고 거꾸로 묻습니다. 실제로 가공식품 같은 나쁜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나쁘게 됩니다. 이를 ‘식원성(食原性) 증후군’이라 하지요. 당연한 이치이지요.

그런 농민회 신부님과 함께 지내서인지 농부학교 학생들의 밥을 준비해주신 헬레나 형수 밥상은 바지락 넣어 무친 호박, 시금치며 생김에 간장과 된장국, 갓김치, 무생선 조림 등 소박하지만 정말 맛난 밥상이어서 농부학교 학생들 모두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저녁에는 분회 농민들과 귀농 경험 이야기 나누고 막걸리 한 잔 마시며 남해에서 잡힌 민어에 남도 음식 대표선수 흑산도 삼합까지 정말 좋은 음식을 잘 먹으며 노래도 한 자락씩 불렀습니다. 훈훈한 시간이었죠.

사진 제공 / 맹주형

신부님께서는 농부학교 학생들 서울로 떠나기 전에 ‘내 속사람을 숨 쉬게 하는 법’이란 제목의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셨습니다. 종이에는 우리가 내 속의 하느님과 나를 만나는 몇 가지 방법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 내 생명을 연장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기. 하루에 1번 이상 하늘을 바라보기.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가족들을 기쁘게 해주기. 진실된 이웃들과 차 한 잔 마시기. 성경 말씀을 영혼의 양식으로 먹기. 정성을 다하여 미사 드리기. 하늘의 별과 꽃과 나무와 대화하기. 흥얼흥얼 성가 부르기. 주님을 그리워하며 십자가를 묵상하기. 넘어진 사람 일으켜 세워주기. 나에게 식사를 정성스럽게 대접하기.”

생명의 농사가 시작되는 봄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느님께 감사하고, 성가 흥얼흥얼거리며 가족들과 함께 작은 텃밭을 만들어보아도 좋은 시절, 우리네 한 해 마음 농사도 잘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맹주형 (아우구스티노)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위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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