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2억 예상돼…필리핀 출신 어머니, “추방되더라도 아이 살리고 싶다”
모금운동 나선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자 상담소, 도움의 손길 호소

▲ 별이와 엄마 올리비아 씨. 올리비아 씨는 최근 아이를 위해 출국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단속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일해야 하는 그녀는 일주일에 서너 번, 아이를 보러 올 수 있을 뿐이다. (사진 제공 / 의정부 EXODUS)

2014년 1월 4일에 태어난 아기 별이(본명 노렐 아바 돌라오타)는 지난 13일 병원에서 백일을 맞았다.

별이는 포천의료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양수과다로 인한 뇌출혈, 사지기형, 자가호흡 불가 등의 증상을 보이다,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응급실로 이송됐다. 처음 별이는 자가호흡 의지를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 기적적으로 조금씩 호흡을 시작했다. 엄마 젖을 대신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기기들이 작은 몸 곳곳에 연결된 채, 별이는 1시간마다 해야 하는 석션을 견디고 고무 호스를 통해 음식물을 주입받으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별이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은 별이가 ‘라센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라센 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희귀병으로 팔다리 등의 뼈나 연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거나 탈구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하지만 아직 비용 문제로 인해 검사를 받지 못해 정확한 병명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치료비다. 1월 5일 응급실로 이송된 후 80여 일간의 입원비만 6천여 만원에 달한다. 별이의 부모가 필리핀에서 온 불법체류자인 까닭에 별이도 ‘미등록 이주아동’이 됐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관광객에게 적용되는 외국인보험이 적용돼, 사지기형 수술비는 국내 아동에게 적용되는 비용의 4배, 천여 만원이 든다. 게다가 사지기형의 경우, 성장하면서 1년에 1~2회씩 계속 수술을 해야 한다.

별이의 부모는 20년 전 각각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와서 만나고 결혼했다. 먼저 태어난 두 아이는 필리핀에서 살고 있고 병이 아니라면 별이도 곧 필리핀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경기도의 한 컨테이너에 사는 별이 부모는 두 사람의 월급 250만원 남짓 되는 돈 중에서 200만원을 고국의 부모에게 보내고, 남은 50여 만원으로 살아간다.

▲ 엄마와 함께 추방된다면 별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이의 구부러진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 밖에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진 제공 / 의정부 EXODUS)

추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모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지만, 최근 별이의 엄마 올리비아 씨는 “강제추방되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다”며 신분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일을 쉴 수 없기 때문에 한 주에 두세 번, 아이를 찾아 보살피는 것 외에 별이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미등록 이주아동이기 때문에 단체나 기관 차원에서 도움을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병원비 마련이 시급합니다. 별이는 혼자 죽음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손을 잡아주시길 청합니다. 별이가 생명을 지켜낼 수 있게, 별이가 하느님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사랑을 보여주세요.”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자 상담소 봉사자 박은주 씨)

현재 한국에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장치가 전무하다. 별이처럼 이야기가 알려지더라도 개인적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별이의 경우, 부모가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자 상담소(의정부 EXODUS)와 인연을 맺었던 덕분에 그나마 연계를 갖고 후원 모금을 할 수 있었다. 배존희 신부(의정부 이주노동자 상담소)를 비롯한 봉사자들이 프로젝트 팀을 꾸려 모금운동에 나섰고,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과 성모병원 차원의 도움도 요청하고 있다.

별이의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국내에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정도다. 우선 발생한 치료비만 6천여 만원이고, 본격적인 치료와 수술을 하게 될 경우 약 2억 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박은주 씨는 당장의 입원비와 검사 비용만이라도 십시일반 모이고, 두 병원 중 한 곳이 수술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별이가 앞으로 살면서 비록 많은 고통을 겪더라도 그것을 직접 선택하고 견딜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몫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후원은 소셜 펀딩 사이트 ‘힘내요’(http://himneyo.com/story/story_detail.jsp?sid=1000301)와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자 상담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후원 : 농협 351-0128-5321-93 의정부 EXODUS / 문의 : 031-878-6986, 6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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