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국수집 이야기]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온 손님들 중에서 옷이 허름한 분에게는 필요한 옷을 챙겨드리곤 했습니다. 며칠 전에 얇은 옷을 입고 떨면서 식사를 하는 손님이 있어서 두툼한 잠바를 드렸더니 옆에서 식사하던 손님이 자기도 옷을 달라고 합니다. 손님은 지금 두꺼운 옷을 입고 계시고 있고 이분은 얇은 옷을 입고 있으니 이분에게 드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받으면서 왜 공평하게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않느냐며 욕을 하고 침을 뱉고 갔던 손님이 왔습니다. 배고픈지 물어보았더니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그냥 봐 줬습니다.

명절이면 가장 배고프고 등 시린 사람들이 우리 손님들입니다.
"설날에도 문 여나요?"
애처롭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설날에는 못 열고, 설 전날과 다음 날에는 꼭 여니까 굶지 말고 오십시오.

여행을 떠나면서 명절에 쓸 떡국 떡을 방앗간에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계산착오로 떡국 떡이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매달 쌀을 나눠드리는 가정에 떡국 떡을 5킬로씩 담아서 스물여섯 가구에 나눠주고 나니까 민들레국수집에는 명절에 쓸 떡국 떡이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떡을 빼서 썰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명절에는 떡국을 못하면 이밥에 소고기국으로 대체해야지 마음먹었는데 희한하게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떡국 떡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선물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손님들 대접으로 바쁜 오후였습니다. 어떤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조그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합니다. 당신은 유황 먹인 오리고기를 좋아해서 몇 마리를 사다 먹었답니다. 그런데 오리 뼈가 남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는데 뼈에 살도 많이 붙어있어서 버리기는 아깝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가져다가 손님들 끓여드리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유황 먹여 키운 오리라서 오리 뼈도 노숙하시는 허약한 분들께는 몸에도 좋을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전화하신 분에게 오늘 민들레국수집에서는 한우 소고기 미역국을 120리터들이 국솥에 한 솥 가득 끓였는데 우리 손님들이 거의 다 드셨고, 민들레국수집에서 오리탕을 끓이려면 유황 먹인 오리가 이삼십 마리는 있어야 하는데 몇 마리의 오리 뼈로는 안 되겠다고 했습니다. 전화하신 분은 계속 유황 먹인 오리의 뼈에  살도 많이 붙어 있다는 것만 강조합니다. 한참을 제가 머뭇거렸습니다. 그제야 전화를 끊습니다.

옆에서 전화를 듣던 민들레국수집의 봉사자이신 최신호 씨가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이란 것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여분의 것, 자기에게 필요 없는 것, 남는 것을 주는 것을 나눔이라고 알고 있다고 합니다. 나눔이란 자기의 귀한 것을 나눠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눈다면서 먹을 수조차 없는 것, 버리기는 아깝고 생색이나 내고 싶어서 주는 것은 참으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최신호 씨는 우체부 아저씨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알고부터는 월요일 점심은 항상 굶는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달걀 두 판을 국수집에 선물해주시다가 지난 해 부터는 매달 월요일 점심 네 끼니 값인 이만 원을 저금했다가 1년이 되면 24만원과 이자 조금 붙은 것을 국수집에 후원하셨습니다. 올해도 몇 달 더 있으면 1년이 되니까 또 점심값을 후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배고픈 손님들과 배고픔을 나누는 것이 진짜 나눔이라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옮긴 후에는 국수집이 넓혀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손님들이 참 많이들 오십니다. 손님이 많이 오니 밥과 국 그리고 반찬도 옮기기 전보다 몇 배는 더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나누면 나눌수록 착한 분들은 민들레국수집에 점점 더 많이 것들을 나눠주십니다. 옷을 손님들께 나눠드리면 착한 분들이 옷을 너무 많이 나눠주셔서 골방이 곧 꽉 차버립니다. 쌀을 나눠드리면 더 많은 쌀이 들어옵니다. 한살림에서 만든 우리밀 소보르빵, 귤, 사과로 손님들께 후식도 드릴 수 있습니다.

희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인천에는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식품검사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동구청의 고마운 분의 추천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그곳에 가서 채소를 선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처음 갔습니다. 싱싱한 채소들입니다. 식품검사를 하기 위해 시료를 조금씩 뺀 상자입니다. 봄동 15킬로 1상자, 시금치, 상추, 버섯, 애호박, 쪽파, 깻잎 등 여덟 상자나 실어왔습니다. 오늘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 손님들이 좋은 채소를 자주 맛보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서영남/ 인천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등 가난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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