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가야할 시간이다. 이불이 끌어당기는지, 게으름이 유혹하는지, 아침 유혹을 떨치고서는 금릉농공단지(제주 한림공원 근처, 제주시에서 서쪽방면으로 차량 이용하여 대략 40여분 거리)로 향했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부설 제주외국인쉼터에서 일하는 나는 매주 일요일 시외로 나간다. 일반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차량운행을 하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제주도 서부지역과 서귀포지역을 1일 2회 왕복하는데, 차량 운행 봉사자들이 부족하기에 일꾼인 나로서는 거의 매주 운행을 나가는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성탄 축제가 있어 그나마 가까운 거리의 금릉농공단지만 다녀오면 되어서 조금 편했다. 서귀포지역은 대형버스를 렌트했기에.....

농공단지에 도착하고 나니 새로운 친구가 한명 더 있었다. 낯익은 세 명의 친구들 외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가 하나 더 있었다. 외국인쉼터에서 일하다 보면, 외국인들의 인사성에 가끔 놀란다(정말이지 이주민들은 처음 대하는 한국인들에 참으로 인사를 잘한다). 역시 그도 그러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친구인데 인사성도 바르고, 한국말을 참으로 잘 했다. 이름은 ‘수나 꾹’이라고 했다. 제주도에서만 2년을 일했다고 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제주 서부 지역 몇 군데를 더 들려서 결혼이민여성들과 그 가족들 몇을 더 태우고 제주중앙본당으로 돌아왔다.

대림4주차 미사는 ‘이주민을 위한 제주외국인쉼터 성탄 축제’로 인해 영어미사는 생략하고 11시 교중 미사에 한국인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나는 축제 준비 때문에 미사를 함께 드리지는 못했지만, 미사 후 신자 분들의 말씀이 미사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요셉 형제, 참으로 좋고, 놀라운 미사였어요. 이렇게 많은 외국 분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줄 몰랐네요!” 가끔 이주노동자들을 모아서 본당 청년들과 농구 경기를 하곤 하는데, 그 때 그 신자청년들의 반응과도 비슷했다.

미사 후 모든 이주민들은 성탄 축제의 장으로 이동하여, 천주교제주교구여성연합회에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음식을 다 먹고 정리하고 나니, 역시나 매운 한국음식은 많이 남아 있었다. 여성연합회 회장님 말씀이 ‘내년에는 이주민들을 위한 그들의 음식을 좀 더 많이 준비해야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오후 2시가 다되어서 본 축제 마당이 시작되었다.
가끔 결혼이민여성들을 한민족의 인구를 많이 늘려주는 도구적인 사람들로 어이없는 칭찬을 일삼는 몇몇 사람들이 있는데, 어찌되었건 얘기들이 정말 많기는 많았다. 본 축제 마당은 아이들의 재롱과 게임, 이주 성인들의 게임과 공연 등으로 진행되었다. 올 해 축제는 오프닝 공연으로 제주김녕본당의 중학생 아이들의 사물놀이 공연을 제외하고, 모든 진행을 이주여성들에게 맡겨서 그런지, 축제가 그들의 문화로 가득하여, 모두가 아주 신이 나게 그들의 축제를 즐겼다. 노래와, 춤, 게임, 선물 그리고 커다란 웃음......

축제가 끝나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쉼터로 돌아와 앉아 아직 축제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주노동자들과 술 몇 잔을 기울였다. 그 자리에 아직도 수나 꾹이 있었다. 이주노동자 중 한 분이 기타를 치길래, 나도 앉아서 한 곡조 뽑았는데 영 시원찮았다. 나의 뒤를 이어 수나 꾹이 기타를 치는데... ‘와우~~!’ 이승철의 ‘소리쳐’라는 노래를... 사실 노래는 별로였지만, 그의 기타 실력은 내가 다시 기타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얼추 모든 것이 끝나갈 즈음 나는 수나 꾹과 함께 담배 한 모금을 피우면서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이슬람 신자였다. 갑자기 그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이슬람은 음식에 있어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데 오늘 축제 음식이 괜찮았는지? 여기는 필리핀 공동체여서 모두 영어로 진행하는 데 제대로 의사소통이나 되었는지? 성탄축제가 괜찮았는지? 나는 그에게 쉼터에 자주 놀러올 것을 당부하면서, 종교행사(영어미사)는 참여하지 않아도 좋으니 자주 와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로 나의 미안함을 대신하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제주교구이주사목위원회에서 ‘제주외국인쉼터’를 만들었듯이, 이슬람회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슬람 신자들이 모이고, 기도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배려해주거나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현재 제주도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단체는 3개이다. 모두 다 종교와 관련이 있는데, 천주교 1개소, 개신교 1개소, 통일교 1개소이다. 불교에서 운영하는 단체는 아직 없지만 사찰이 많고, 불교신자들도 많아서, 만약 이주민이 불교신자라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슬람 신자들은 갈 곳이 없다. 종교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쉽게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이런 쉼터에 접근하지는 못할 것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슬람 신자들인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쉬는 날이면 공장 근처를 배회한다고 한다. 당연히 각 단체의 지원도 받지 못할 것이라 짐작된다. 그들을 위한 배려와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성탄이다. 성탄 선물을 준비하고,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시기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다시 되새겼으면 하는 올 해 성탄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지도 못한 이들이 당신의 이웃으로 서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들과 풍성한 사랑을 일구는 시간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신강협 2007.12.28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