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마지막 저녁

- 박춘식

그분이 예루살렘 입성하신 다음
모든 소리가 심연으로 떨어졌다
마지막 저녁 빵을 들고
이는 내 몸이다, 하실 때
심연은 세상 온갖 먹거리를 삼켰다
십자가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하는 동안
독선 안하무인 거만함은 침몰하였고
어머니의 눈물이 그분 가슴에 쏟아질 때
심연은 심연을 삼키며 부르르 떨었다
안식일 다음 날 새벽까지
삼라만상은 엎디어 입을 다물었다
찬연한 새 빛을 위하여 심연은
성주간의 어두움을 벗기고 있었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4월 14일)

무겁게 느껴지는 성주간의 전례 안에는 탈출 승리 부활의 환희가 숨어있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걸핏하면 모세의 위대한 지팡이를 생각하듯, 신약의 우리는 영원한 승리의 십자가 부활을 매일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만 신앙생활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