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출판사, 서현승 신부 만화 <어진 목자 요한 23세 성인 교황> 등 5권 펴내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는 젊은 시절에 모든 것을 잃었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와 형이 죽었고, 20대 때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조국도 잃어야 했고, 그런 현실 속에서 친한 친구들도 하나둘씩 수용소에 잡혀 들어가거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채석장과 화학 공장에서 일해야 했고, 비밀경찰을 피해 방구석에 숨어야 했다.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다.

카롤 보이티와가 교황이 된 후,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무너지는 데 이바지하고 화해와 세계평화를 위해 위험한 분쟁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용기를 발휘한 것은 조국인 폴란드에서 겪은 이런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7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시성(諡聖)될 예정이다. 이날 요한 23세 교황의 시성식도 함께 열릴 것이다. 교황 두 명이 동시에 시성되는 일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요한 23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시작해 그동안 꼭꼭 닫혀 있던 교회의 문을 열어, 가톨릭교회를 현대로 이끌었다. 현재 교회 공동체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미사와 전례에 이르기까지 지금 신자들이 만나는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만든 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이다.

▲ 왼쪽부터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 <요한 23세 성인 교황>, 가톨릭출판사, 2014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축제와 같은 시성식을 앞두고 두 교황의 일생을 담은 책이 나란히 번역돼 발간됐다. <요한 23세 성인 교황>과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이다.

<요한 23세 성인 교황>은 교황이 다이어트로 힘들어했고 꼭 맞는 신발이 없어 고생했다는 이야기 등 일상의 모습을 일기와 편지, 주변의 증언을 통해 솔직하게 보여주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진들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요한 23세 교황의 즉위 전 업적과 됨됨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음에 주목한다.

“불가리아에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정교회 사람들에게, 터키에서는 이슬람교도들에게, 프랑스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적과 손잡은 이들에게, 이탈리아에서는 공산주의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또한 그는 로마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노동 사제들에게 정중하게 다가섰다.”

요한 23세 교황은 역대 교황 중 최초로 가톨릭 신자만이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게도 보내는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반포했다. 이 회칙에서 세계평화, 빈부격차 문제, 노동 문제 등 현대 인류 사회의 여러 가지 현안을 다루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업적을 위주로 다룬 기존의 전기와 달리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은 교황이 되기 전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의 이름으로 살던 시절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생생하게 담고 있다.

20살이 되었을 무렵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전쟁이 끝나고 조국이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 사제가 되기까지 엄청난 고통이 그와 함께했다. 사제가 된 후에도 공산주의 체제에서 냉전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 책은 카롤 보이티와가 노동을 통해, 문학을 통해, 연극을 통해, 그리고 새롭게 깨달은 사제의 길을 통해 이 아픔들과 어떻게 대면했는지 보여준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을 넘어서려 애쓰지 않고 그 아픔들을 껴안고 견뎌냈다.

▲ 왼쪽부터 <어진 목자 요한 23세 성인 교황>, <롤렉>, <아빠와 함께 성인 교황님을 만나요!>, 가톨릭출판사, 2014

한편, 두 교황의 삶에 대해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세 권의 책이 함께 발간됐다. 연령대에 따라 수준에 맞게 골라 볼 수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어린 시절 불렸던 애칭에서 제목을 따온 <롤렉>은 유아부터 저학년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빠와 함께 성인 교황님을 만나요!>는 중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읽을 수 있다. 교황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아들이 질문하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직접 만났던 아빠가 대답해주는 대화형식으로 더욱 친근하고 쉽게 교황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어진 목자 요한 23세 성인 교황>은 서현승 신부(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쓴 전 학년이 읽을 수 있는 만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