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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안돼할매’의 소망[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평밭마을 입구의 129번 농성장 맞은편 언덕에서 온몸에 햇살을 받고 있는 사라 할매를 만났다. ⓒ장영식

경찰에 의하면 평밭마을의 사라 할매는 “안돼안돼할매”로 불린다. 사라 할매는 집회 장소에서 곧잘 “그러면 안돼안돼”라고 외친다. 작년 5월 20일, 한전의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고 장동농성장으로 한전 직원들이 들이닥칠 때, 사라 할매는 옷을 벗고 인분을 던지며 “안돼안돼”를 외치다 쓰러졌다. 할매의 자녀들은 할매를 부산으로 피신(?)시켰고, 할매는 오랜 시간 동안 자취를 감췄다.

사라 할매는 당신을 끔찍이도 사랑하던 남편을 갑자기 여의고 수족을 쓰지 못하며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부산에서 평밭마을로 들어온 것이 30년 전의 일이다. 용하다는 병원을 다 찾아다녔지만, 몸이 나아지질 않았으나 평밭마을에서 생활하면서부터 거짓말처럼 몸이 나았다.

평밭마을에서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었다. 사라 할매는 벼농사를 제외하고 식탁에 나오는 모든 야채를 심었다. 한여름에는 풀이 자라 밭에 나가 호미질을 하면 온몸이 땀에 절었다. 그렇게 심고 자란 야채가 할매의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이후로 사라 할매는 자연의 치유 능력과 생명력을 믿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날을 생활했다. 풀 한포기, 가랑잎 하나에도 생명의 신비가 깃들어 있음을 믿고 계신다. 따뜻한 햇살과 바람 한 줄기조차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한다.

   
▲ 작년 12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최종범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안돼안돼” 울부짖고 있는 사라 할매 ⓒ장영식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이 아름다운 생명의 땅에 아닌 밤중에 날벼락 같은 죽음의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안돼안돼”라며 송전탑 반대투쟁에 나섰다. 사라 할매는 자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평밭마을로 돌아오면서 더 적극적으로 129번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사라 할매에게 평밭마을은 잊고 있었던 남편의 지극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었던 땅이며,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살린 생명의 땅이다. 거룩한 하느님의 숨결이 함께하는 땅에 초고압 송전탑은 괴물과도 같은 존재다.

지금 사라 할매의 소망은 한 가지다. 하느님의 선물인 자연과 함께 지금 살고 있는 땅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사라 할매의 맑고 깊은 영성에 빚진 사람들이다. 사라 할매의 소박한 소망을 위해서라도 그의 소박한 여정에 함께 투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핵마피아가 발호하는 밀양의 산과 들에서 우리의 선한 의지와 뜨거운 가슴으로 싸워야 한다. 봄조차 빼앗긴 밀양의 할매와 할배들이 밀양의 산과 들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싸워왔던 것처럼 말이다.

   
▲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한전 사옥 앞에서 고(故) 유한숙 어르신의 영정을 들고 계시는 사라할매의 모습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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