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광고비 삭감 우려”…소비자 1,800명 참여 의견광고 못 실어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마련한 의견 광고가 삼성 자본과 권력이 세운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이하 삼성바로잡기)는 지난 2월부터 삼성 AS기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선언에 동의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고, 광고 기금을 모아 일간지에 의견광고를 내는 방식이었다.

캠페인은 시작 2주 만에 거리 선전전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800여 명이 선언에 참여하고, 광고비 480만원을 모금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의견광고를 받아주는 일간지는 한 곳도 없었다.

삼성바로잡기는 지난 4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주요 일간지에 공문을 보내 광고 게재를 요청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한 일간지의 경우에는 “삼성 규탄 광고를 실을 경우 신문사에 삼성 광고가 끊길 수 있어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 소셜펀치에 개설된 ‘삼성 AS기사 노동인권 선언’ 광고비 모금 페이지 (사진 출처 / 소셜펀치 사이트 www.socialfunch.org 갈무리)

일간지에 실리지 못한 의견광고의 내용은 “그동안 삼성전자 AS기사들의 마음의 병을 몰라 미안하다. AS기사들의 노동인권이 지켜져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고객담당최고임원인 이재용 부회장이 소비자들의 물음에 응답하길 바란다” 였다. 같은 내용의 광고는 조만간 인터넷 언론 두 곳에 게재될 예정이다.

황수진 삼성바로잡기 활동가는 “삼성 광고가 언론사 재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영향력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 기업이 야기하는 다양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은 지난해 7월 결성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투쟁에 삼성전자 소비자들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지난 10월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AS기사였던 고(故) 최종범 씨의 자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최 씨는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며 너무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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