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은 굵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어르신이 분신했던 보라마을의 논에는
송전탑 건설을 위한 공사로 분주하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내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애써 피하려고 하였다.
그는 이 마을의 이장으로서 일관되게 송전탑 건설 반대편에 앞장섰던 분이다.
뇌졸중으로 고생하던 때에도 이장직을 놓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이 그를 원했고,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그는 이장직을 잃었다.
자신도 모르게 송전탑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이장을 새로 선출한 것이다.
한전의 간교한 회유와 돈의 힘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송전탑 건설을 찬성한 주민들 중에는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올려놓은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또한 그의 말에 의하면 송전탑 건설 찬성 주민들에게는
다른 지역의 몇 배가 되는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장영식

그는 마을회관에도 자연스레 들어가지 못했다.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들어가서 일회용 컵에 탄 커피를 들고 와서 건넸다.
또 다른 손에는 그야말로 볼품없는 삶은 고구마 한 알을 들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고구마를 건네며 주머니에 넣고 가다가 먹으라고 권했다.
무엇인가를 주고 싶었는데,
줄 수 있는 것이 그뿐이었으리라.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를 꼬옥 껴안고,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절대 마음을 다쳐서는 안 됩니다”라고 위로하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았다.
못생긴 고구마 한 알을 받아들고 보라마을을 나오면서
고(故) 이치우 어르신께서 분신하셨던 장소에 잠시 머물렀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채 선명한 분신 자국을 어루만지며 큰 절을 하고 나왔다.
보라마을에서 부북으로 향하는 도로 위의 차 안에서
못생긴 고구마 한 알을 바라보며 그 먹먹함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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