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신학]

 

어제 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산하 환경사목학술위원회 모임을 다녀왔다. 작년 겨울에, 생태신학을 전공하신 이재돈 신부님의 요청을 받고 이 모임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날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면서 김운회 주교님께 운영위원 위촉장을 받고 코가 꿰이고 말았다.

지구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에게 무지막지하게 착취당하고 회복이 거의 불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자각과 반성으로,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유난히 환경과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일로에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새만금 갯벌 매립이 매스컴의 주목과 교회의 염려 속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남한을 관통하는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정치 이슈를 내걸었다가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약간 변경하여 그렇지 않아도 파국을 치닫고 있는 한반도의 생태계를 막무가내 휩쓸어버리려는 중이다.

아픈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자연과 생태 문제에 절박한 심정으로 관심을 쏟게 된 나는 신학도로서 생태신학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몇 년간 공부를 해오고 있다. 모교인 서강대학교에서 김승혜 수녀님께 '종교와 환경'이라는 수업을 2년 전에 들었다. 심층생태학, 동물생태학, 여성생태학 등 전 세계 생태학자들이 제시하는 대안들, 우리나라에 있는 불교, 유교, 도교, 그리스도교에서 실천해왔고 되살리려는 생태친화적 노력들에 관해 배울 수 있었다. 또 생태신학을 전공한 예수회 조현철 신부님에게 '생태신학입문' 수업을 들으며, 교회에서 제시하는 교의신학적 생태 논의를 다루었다.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는 최혜영 수녀님의 '생태신학' 수업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었거나 한국어로 나온 생태신학 관련문헌을 거의 매주 한권씩 읽으며 가난한 이들에게 더 열악한 자연환경을 강요하는 현 시대상황과 자연보전을 위해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토론을 했다.

작년 가을학기에는 이재돈 신부님이 혜화동 가톨릭신학대학에서 개설한 '생태신학개론' 수업에서 생태신학자들이 직접 저술한 영문 글들을 읽으며 교회의 다양한 생태신학적 관점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인연으로 서울교구의 환경사목학술위원회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간 교회에서는 환경과 생태계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있고, 교회에서도 오래전부터 '한마음 한몸 운동', '하늘 땅 물 벗', '우리농 살리기 운동', '즐거운 불편 운동'을 비롯한 여러 환경운동과 사도직 활동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환경사목학술위원회에서는 교회의 생태신학적인 입장을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자 '가톨릭 에코 포럼'(Catholic Eco-Forum)을 매년 3회 정도 개최하고, 이때 발표한 글을 수록하여 교회 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신앙인 전문 잡지를 발간하고자 한다. 이밖에도 생태신학 관련 서적을 선정하여 번역작업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199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으로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들과의 평화>를 발표했고,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외원회에서 이를 해설하며 소개한 지 거의 20년이 흘렀다. 이제 첫발을 내딛으려 하는, 창조보전운동의 새로운 학술적 담론과 전문성을 담아 지구 어머니를 살리고 그 자녀인 모든 인간과 생명을 살리려는 서울교구 환경사목학술위원회의 활동이 겨자나무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유정원/ 가톨릭여성신학회 회원,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신학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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