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 월례발표회, 강영애 선생이 연도문제 다뤄..


지난 11월 20일 우리신학연구소에서 열린 월례발표회의 주제는 “연도(위령기도)의 변천”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연도로 말미암아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한국천주교회 고유의 구연도를 어떻게 계승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였다. 이날 발표자로 초대된 강영애 선생은 지난 2005년 <한국 천주교 장례노래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도 박사다. 어쩌다 연도 할 기회가 있긴 하지만 본당의 연령회원들이나 나이 드신 신자분들에게 익숙한 기도 정도로 생각했지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국악을 전공한 음악 전문가가 연구한 연도에 대해 별 흥미를 갖지도 않았다. 연도에 문외한인 내가 이날 발표와 토론을 지켜보면서 연도의 변화 과정에 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흥미롭기 보다는 연도의 변화를 주도한 교회의 사목적이지 못한 모습에 사실 화가 났다고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더 많은 분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된다고 판단하여 이날 논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200여 년의 한국천주교 역사 속에서 한국문화와 접목하여 자생적으로 토착화된 연도(煉禱)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하여 드리는 위령기도다. 특히 연도는 대부분의 교회음악이 서양음악의 영향에 의해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적인 음악어법으로 구성된 가락을 갖고 있어, 외래의 종교사상이 한국의 음악과 접목되어 토착적인 종교 심성으로 발현된 독특한 사례로 주목을 받아왔다. 조상 제사가 금지되었던 박해시대의 신자들이 제사 대신 더욱 깍듯한 정성으로 죽은 이에 대한 예를 갖추면서 당대의 관행과 사회적 조건이 합치되어 생성된 문화라고 하겠다. 민초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민요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것처럼 연도 또한 구전되면서 지역(교구)별로 다양한 형태로 구전되어 왔다.

지역별로 다양하게 구전되어 오던 연도의 전통은 1991년을 경계로 오선악보로 고정화되면서 전국적으로 통일화, 규격화되기 시작하였고, 2003년에 <상장예식> 기도문이 재차 수정 발간되면서 변화를 겪었다. 이날 발표와 토론의 초점은 한마디로 이러한 연도의 변화가 ①‘토착화된 교회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점, ② 말씀 중심의 연도에서 음악적 기교 중심의 연도로 변화돼 메시지는 사라지고 대중적이지 않아 따라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통 음악을 전공한 발표자와 토론자에 따르면 우리의 연도노래는 한국 천주교회의 고유한 유산이고, 한국 전통음악(국악)의 고유한 장르로 구분할 정도로 국악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계승해야 할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천주교회와 한국국악계가 함께 계승의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시김새가 사라진 가창법과, 6도 진행의 가락은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연도가 말씀을 중요시 하던 리듬형(전통가락) 중심이었다면, 바뀐 연도는 변화형이 많아서 악보에 치중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대로 아리랑은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강원도의 아라리, 경기도의 아리랑, 전라도의 진도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등 각 지방 고유의 아리랑이 있지만 아리랑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각 노래마다 그 지역 문화와 민초들의 삶이 노래말과 장단에 녹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도 민족 전통의 고유한 맛을 잃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가로 사용된 현대판 아리랑이 공식 응원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다양성이 존중된 우리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표준어 사용을 권장하는데도 지역마다 다양한 방언들이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영애 선생의 박사논문이 지난 9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표준어 사용을 나라에서 강요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 바뀐 연도는 전국 표준화 이후 모든 본당의 상장례 때 표준화된 상장례예식서에 따라 획일화 되고 이를 지도하는 상장례 봉사자들은 국가공인 자격증 준비하듯이 상장례지도자 봉사 과정을 통해 획일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토론 참가자들은 연도라는 것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특징 때문에 지금 남겨 놓지 않고 구연도를 하시던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나중에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발표자가 논문 작성 과정에 몇몇 지역의 구연도를 녹음해두었지만 많은 지역이 누락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자료들을 모으는 일로부터 구연도 보존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또한 구연도를 계승하는 문제는 천주교회뿐 아니라 전통 문화유산의 계승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므로 구연도 노래를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별로 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구연도 보존 방안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실천 논의에 앞서 표준화를 주도한 교회 당국의 결정이 진정 사목적이었는지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이 절실해 보인다. 199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친 연도의 표준화가 교회 입장에서는 연도 개정 책자의 출간과 표준화된 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등으로 새로운 수입원이 생겨서 좋을지 모르지만 우리가락과 어울린 구연도에 익숙한 신자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경동현 200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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