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건강이 좋지 않았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 생활을 원했다.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앞둔 남편을 졸랐다.
“하루라도 빨리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 안주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평소 즐겨 가꾸고 싶었던 야생화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나날이었다.
꿀맛 같은 행복은 사치였을까.
이 마을에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된다고 한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짐승도 식물도 살 수 없는 초고압 송전탑 아래서 살아갈 수는 없었다.

평생을 소녀처럼 살아오신 분이 거친 한전과 공권력에 맞섰다.
공룡 같은 포클레인 삽에 들어가 온몸으로 저항했다.
한전과 경찰에 의해 평생 겪어보지 못한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의 전 생애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그의 소망은 단 하나이다.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는 것뿐이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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