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마지막 회)]

올해 6월 5일이면 어린이카페 까사미아가 네 돌 잔치를 합니다.

결혼 초, 큘로 · 큘라 부부는 50대 이후에는 각자 다니던 직장을 접고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2010년 6월 5일 까사미아는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순간부터 1년 동안을, 어린이 카페를 연 것이 우리 부부의 인간적인 바람에서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도 원하시는 것인지를 식별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365일이 지났는데도 카페 문을 계속 열 수 있었고 까사미아에 놀러오는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와 탄성을 접하면서 주님께서 이곳에 함께하심을 마음속으로 느꼈습니다.

석이 삼형제의 성장기는 까사미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아이들의 성장판 속에 개인의 역사가 녹아있듯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의 마음속에는 까사미아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삼형제와의 만남과 일상의 나눔은 평생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2010년 6월, 막내인 ‘우’는 6살, ‘태’는 초딩 2학년, ‘범’은 4학년에 까사미아에 왔습니다.

▲ 2010년 6월 어느 날, 개구쟁이 석이 삼형제가 즐거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했다. ⓒ김용길

아직도 웃음이 절로 나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개구쟁이 ‘태’, 그 형의 모든 행동을 순간 복사하는 ‘우’로 인해 큘라 아줌마 머리 뚜껑이 열렸습니다. 카페 앞마당에 있는 노란색 긴 탁자 주위를 뱅뱅 돌면서 “나 잡아봐라” 하며 아줌마의 약을 살살 올리는 것입니다. 체력적으로 한창 잘 나가는 녀석들을 잡으려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포기할 아줌마가 아니죠. ‘나 잡아봐라’ 게임을 한참 허벌나게 하다가 어느 순간 아줌마의 가냘픈 손에 태가 얼떨결에 잡혔습니다. 아줌마의 기력이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는 팔팔(?)했다고나 할까요. 두 녀석은 선물로 아줌마의 군밤을 신나게 먹었습니다. 이럴 때 드라큘라 아줌마는 살맛이 진하게 납니다.

그런가 하면 거의 매일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벽을 손으로 훑으면서 노느라 녀석들의 손바닥과 손등은 숯덩이 저리가랍니다. 아줌마는 녀석들이 오면 기숙사 사감처럼 팔짱을 끼고 싱크대를 가리키며 “아그들아, 손등 · 손바닥에 비누칠을 듬뿍 묻혀 깨끗이 씻어야쥐~!” 하며 성화를 냅니다. 서로 질세라 ‘깨끗하다, 안 깨끗하다’며 입씨름을 하고 나면, 이제는 서로 먼저 씻겠다고 어깨를 밀치고 당기고 한 후에야 합니다. 그제야 못 이기는 척하며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손 씻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방바닥은 아이 손에서 흐른 물방울로 물청소를 할 정도입니다. ㅋㅋㅋ

십정동 지역에서 심신이 건강하고 명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입니다. 우와 태는 학교,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에 찌든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의 희열을 느끼고 있으며, 주위의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탐색하고 만지면서 창의력, 상상력, 모험심이 빵빵합니다. 그렇게 마음껏 놀고 하루하루를 보내니 즐거워서 학교에서 공부도 신나게 하는지 학교 성적도 좋습니다.

삼형제 위로 누나, 형들 모두 합치면 6남매, 그리고 부모 포함해서 여덟 식구가 한 집에서 알콩달콩 살고 있을 장면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저출산으로 고민에 빠진 한국 사회에 희망을 가져다준 장한 어버이로 표창장을 받아 마땅한 부모님입니다.

형 태에게 종종 덤볐다가 그리도 무지막지하게 맞았던 우가 올해 3학년이 되었습니다. 6학년인 태에게서 사춘기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의 얼굴은 진화 중, 지각변동 중입니다.

▲ 어린이카페 까사미아에서 큘로 쉐프가 직접 서빙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 ⓒ김용길

아이들이 초딩 때는 세상모르고 노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자유시간, 놀이 체험을 통해 평생 자산이 될 정서적인 안정을 세포 하나하나에 쌓는다는 것을 어른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지적, 물질적 유산 많이 물려줄 생각 마시고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용기, 모험심, 호기심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기회, 환경, 시간을 허락하는 부모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무늬만 까칠한 금자 씨의 까사미아 이야기에 마음을 실어주신 독자 여러분과 지면을 허락해준 <지금여기>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꾸벅 인사) 고맙습니다! ♫ ♪ ♩ 사랑합니다!”

기회에 된다면 다음에는 더 신나고 행복하고 화사한 아이들의 일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이번 회로 ‘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2년 동안 어린이카페 까사미아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다양한 사연과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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