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12월 30일) 개봉한 영화 <쌍화점>이 새해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흥행몰이 중이다. 2시간이 넘는(133분) 긴 상영시간에, 청소년 불가임에도 주진모, 조인성 두 꽃미남이 벌이는 동성애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젊은 층은 물론 중년여성까지 극장을 찾아 개봉 열흘 만에 관객 200만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쌍화점>은 고려시대 공민왕이 동성애자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왕을 둘러싼 인물들이 동성애와 이성애를 넘나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동성애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신문인 <미래한국>(회장 김상철)은 7일 "동성애가 영화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문화적 파급력을 고려해 이를 경계하는 근본조치가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천주교는 교황까지 나설 정도로 동성애 반대

아직 개신교나 천주교 등 교계는 특별한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천주교는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교황이 직접 나설 정도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22일) 고위 성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녀의 역할은 사회에 의해 결정된다는 성별이론을 비판하면서 "교회가 나서서 인간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일종의 인간 생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황의 발언이 알려진 뒤 세계 각국의 동성애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극력하게 반발하는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천주교회도 교황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는 국내외적으로 찬반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공회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로완 윌리엄스 캔터배리 대주교는 웨일스 대주교로 있을 당시 신자와 나눈 편지에서 "동성애자들이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충실하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들의 관계는 남녀의 결혼과도 비교할 만하다"면서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성공회 역시 2003년 동성애자를 뉴햄프셔 교구 주교로 임명하고 일부 교구에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는 등 매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캐서린 셔리 대주교는 성공회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관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동성애는 죄가 아니며 동성애자들도 신에 의해 동성을 사랑하도록 창조된 것"이라면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서로 다른 재능을 부여했는데 일부는 같은 성의 사람들을 향하도록 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다른 성의 사람을 향하도록 된 애정을 갖고 이 세상에 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성공회 보수주의자들은 "동성애는 명백한 죄악"이라며 교단을 탈퇴했다.

미국 등 서구 성공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데 반해 제3세계, 특히 세계성공회 신도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성공회의 경우 반대가 심한 편이다. 신도가 1천만이 넘는 나이지리아 성공회 아키놀라 대주교는 동성애는 교회에서 추방돼야 할 '사탄의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미국 성공회를 탈퇴한 교회들을 자신의 교구로 받아들였다. 아프리카지역 성공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식민 모국에 대한 반발과 함께 역시 동성애를 가장 추악한 범죄로 간주하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진보와 보수, 찬반입장으로 나뉘어

국내교회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7년 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입법권고로 정부가 동성애자를 포함하는 '차별금지법'을 추진하자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은 성경에서 금지하고 있는 동성애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성경에 동성애를 엄격히 규제(레위기 20장 13절)하고 징벌의 대상(로마서 1장 24∼27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더 나아가 우상숭배 행위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권오성 목사는 "성경해석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성적 지향'을 법안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기독교의 이름으로도 차별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원안대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를 두고 신구교의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예수는 동성애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마르코복음 10장에 "창조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게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코복음 1O장 6~9절)라고 돼 있다.

이 정도의 내용은 결혼식 주례사에 해당하는 내용이지 특정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예수가 유대전통을 어기고 결혼을 안 한 것은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며, 제자 요한을 통해 동성애에 눈 뜨게 되었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당시의 정결법 체계를 전복시키기 위해 성전정화에 나섰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1993년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CC)주최 여성대회에서 미국침례교회(ABC)소속 목사이자 레즈비언인 네디언 비숍은 '교회 안에서의 레즈비언 예언자의 소리'라는 발제를 통해 성서에서 자매로 나오는 마르타와 마리아는 자매가 아니라 레즈비언이라고 말했고 2003년 미국 성공회 뉴햄프셔지역 주교이자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은 예수가 자신과 같은 게이였으며, 제자들을 비롯해 많은 남성들과 가까운 관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수를 동성애와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은 문화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1977년 제임스 커컵은 예수에 대한 로마 백부장의 사랑을 동성애적으로 묘사한 시를 발표했고 동성애자인 미국인 극작가 테렌스 맥넬리는 1998년 예수를 동성애자로 묘사한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를 발표했다. 커컵은 신성모독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았으며 맥넬리 역시 수차례에 걸쳐 살해위협에 시달렸고 연극도 폭탄테러위협을 받으면서 상연되기도 했다. 이후 <코퍼스 크리스티>는 동성애자 축제의 단골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으며 2008년 11월 뉴욕 그리니치 빌리치에서 상연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개신교에서는 동성애를 네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신은 오직 이성애만을 인정한다 ▲동성애의 감정과 행동을 가진 사람들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지만 동성애자들은 질병과 결점을 가진 존재로 창조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왼손잡이로 태어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색맹으로 태어나듯이 신의 창조적 표현이 동성애자로 태어나게도 한다 ▲동성애자들은 창조의 은혜와 선함의 일부로서 동성애는 창조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을 풍성하고 신실하게 만든다. 앞의 두 부분은 보수 쪽 관점이고 뒤의 두 부분은 진보 쪽 입장에 가깝다.

불교는 승려들 외에는 역사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박해없어

개신교나 천주교가 동성애문제로 큰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불교는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사물과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전통과 함께 붓다가 동성 간 결혼에 대해 특별히 지지를 하거나 반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동성 간 관계를 반대하기보다는 이성 간 관계를 포함한 모든 성관계가 궁극적 목적인 '깨달음'을 방해하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승단에서는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genders)의 구별이 타락·몰락의 일부라고 보기도 한다. 불교의 창세기라고 할 수 있는 Agga-asutta에는 본래, 인류의 조상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고, 마음으로 태어났으며 성의 구별이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마음이 최고이고 성별이 없는 것이 더 상위의 존재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붓다의 전생을 담은 경전 '자타카'에서는 전생의 붓다가 제자인 아난다와 동성애적 감정을 주고받았음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붓다와 아난다가) 언제나 함께 산책하고…사색하고 몸을 비비고 있었으며, 머리와 머리를 맞대고 코와 코를 맞대며 뿔과 뿔을 맞대고 매우 행복해 하던" 두 마리의 사슴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또 "두 사람이 브라만계급의 부모를 둔 젊고 잘생긴 아들들로 등장하는데, 함께 있기 위해 부모의 뜻을 어기고 결혼하기를 거부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또 다른 초기경전에는 동일한 생애 동안 성적 구별이 뒤바뀐 사례가 있다. 이는 과거의 업으로 인해 남자가 여자로 되거나 반대로 여자가 남자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적 정체성의 변화가 곧 정신적 향상, 즉 깨달음의 장애물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점에서 불교는 동성애자(또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성적 정체성 때문에 그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그들을 차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불교역사에서 승려를 제외하고 재가자들 사이의 동성애에 대해 문화적 이유로 비난을 하기는 했지만 동성애적 행위 때문에 박해를 받았다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동성애에 대해 불교나 기독교(천주교 포함)의 여러 입장들이 있지만 보편적인 자비와 사랑을 강조한 붓다나 예수의 관점에서 본다면 쓸데없는 논쟁으로 보일 수 있다. 만약 두 스승이 오늘날 만난다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쌍화점>을 보러 갈 것 같다. 다만 너무 많은 정사신 때문에 표정관리는 하면서 말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백찬홍/유영모, 함석헌을 선생을 기리는 재단법인 씨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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