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망재단 · 지금여기 공동 캠페인 - 11]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캠페인을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3월에는 신분상의 차별로 식수난을 겪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인도 달리트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편집자

▲ 식수난을 겪고 있는 인도 달리트 쿠푸 씨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시커먼 흙탕물을 마셔야 하는 쿠푸 씨

인도 남부 칸치푸람주에 살고 있는 45살의 쿠푸 씨는 네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쿠푸 씨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달리트입니다. 상층 카스트 집에서 농사일을 하고 받는 쿠푸 씨의 하루 일당은 2달러. 이 돈으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식사는 하루 한 끼뿐입니다. 늘 허기에 지쳐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쿠푸 씨의 마음은 미어져 옵니다.

하지만 쿠푸 씨에게 가난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바로 물입니다. 가까운 상층 카스트 마을에 공동 우물이 있지만 불가촉천민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상층 카스트들은 달리트와 접촉만 해도 오염된다고 믿기 때문에 우물을 쓰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쿠푸 씨를 비롯한 달리트 주민들은 흙탕물과 다름없는 농업용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식수로 사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상층 카스트들은 이마저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데모크란(Democran)이란 농약을 우물에 타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우물물에 농약을 타도 농사를 짓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더 이상 마을 주민들은 농업용 우물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카스트제도에 짓눌려 사는 사람들, 달리트

인도에서 카스트제도는 법적으로 사라졌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신분제의 악습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카스트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네 계급으로 구성돼 있는데 달리트는 카스트 계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최하위층 사람들입니다. 인도 전체 인구의 16.03%인 1억 6000만 명이 이에 해당되고 직업은 가장 비천한 일인 시체 처리, 오물 수거, 가죽가공, 세탁 등에 종사합니다.

상층 카스트들은 달리트와 신체적 접촉만 해도 오염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달리트는 상층 카스트와 한 마을에 살 수도 없고, 사원에서 함께 예배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식사조차 겸상할 수 없습니다. 이런 금기를 어길 경우 상층 카스트들의 무차별 폭력에 시달리게 되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달리트가 당한 이런 폭력을 정부나 경찰조차 묵인하는 형편입니다. 무엇보다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달리트들은 상층 카스트들이 주는 일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만을 제기했다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 농사지을 때 사용하는 농업용 우물에서 흙탕물을 기르는 인도 달리트 여성들. 상층 카스트들은 이 우물조차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 농업용 우물에서 기른 물을 아이들에게 주는 달리트 여성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물을 찾아 헤매는 여성들,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

인도에서 물을 구하는 일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입니다. 상층 카스트들이 농업용 우물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폭력을 휘두르자, 쿠푸 씨를 비롯한 마을의 여성들은 항아리를 들고 물을 찾아 매일 왕복 2시간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몇 번씩 물을 길러 와야 해서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물 긷는데 매달리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물 때문에 학교조차 가지 못하고 있고, 물을 구하는 곳이 외진 길이어서 상층 카스트의 폭력이나 성희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구한 물도 식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물입니다. 외진 곳의 위치한 웅덩이 물은 가축들의 분뇨와 빗물이 뒤섞여 있고, 벌레가 많아 이곳 주민들은 오염된 물 때문에 늘 배탈과 설사, 황달,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이 더 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마을에 우물이 들어서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한국희망재단은 2008년부터 인도 현지협력단체(HRDF)와 함께 인도 달리트 마을에 우물 개발, 저장탱크, 핸드펌프 등을 설치하고 주민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해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총 6개의 우물이 인도 달리트 마을에 설치되었습니다.

쿠푸 씨네 마을에도 우물이 설치되면 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주민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면서 오염된 물로 인해 겪었던 수인성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 물 부족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세면이나 목욕이 가능하게 돼 질병 감염률을 현저히 줄게 될 것입니다.

주민들은 한 번 쓰고 난 생활용수를 모아 놓았다가 가구마다 텃밭을 조성해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비를 모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물 때문에 겪어야 했던 상층 카스트들과의 갈등과 차별이 줄어들면서 주민들의 자존감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 2003년 달리트 마을에 설치된 우물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모습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 완공된 우물에서 물을 뜨는 모습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 식수보호위원회가 사용하고 있는 수질검사 키트(왼쪽). 식수보호위원회는 각 가구별로 매월 가구당 25~50루피(500~1000원)를 걷어 식수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여성들의 안전 확보, 마을공동체도 활성화

우물은 여성들의 삶도 변화시킬 것입니다. 마을 근처 우물이 들어서면 여성들은 외진 길에서 겪어야 했던 폭력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아들은 마을 우물이 생기면 학교 결석률이 줄고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을의 공동체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우물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미 우물이 완공된 달리트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식수보호위원회를 구성해 우물을 관리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자라나는 아이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우물을 깨끗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방과 후의 환경공부방을 열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쿠푸 씨의 마을에 안전한 우물을!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물 한 동이를 얻기 위해 2시간 넘게 외진 길을 공포에 떨며 헤매야 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오염된 물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흙탕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인도 달리트들이 더 이상 신분상의 차별로 오염된 물을 먹지 않도록 달리트 마을에 우물을 설치하는데 힘을 모아주세요. 한국희망재단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을 통해 인도 달리트 마을의 우물 설치를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인도 달리트 마을의 우물 설치 후원하기
▼클릭: http://www.hope365.org/give_01

 
* 한국희망재단은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빈곤국가 마을공동체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NGO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 국가에서 식수개발 · 빈곤극복 · 집짓기 · 빈곤아동교육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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